[조평규 칼럼] 정치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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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입력 2021-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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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정치의식은 '3류'… 독립적·주체적 사고 결여

  • 국가 통제의 과잉…창의성·역동성·잠재성 막아

조평규 중국 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요즘 세간의 관심사는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이나 뉴스 보도의 상당 부분이 내년에 치러지는 대선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국민처럼 보인다. 보통의 시민조차도 실시간으로 바뀌는 정치적 상황에 환호하기도, 탄식하기도 한다. 우리는 왜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가?

정치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정치 지도자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 그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자기에게 미친다.

한국에는 학력이 높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으니,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높을까? 그런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어떤 이들은 국민의 정치 수준이 '개돼지 수준'이라고 극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공정한 잣대보다도 자기가 싫어하는 당이나 정치가를 비판하지 않거나, 그들을 지지하면 대개 이런 대접을 받는다.

정치는 어떠해야 하는가? 서양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마르크스, 그리고 동양의 공자, 맹자, 노자와 제자 백가는 물론, 조선의 다산 정약용 등등, 수 천년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대한 성인이나 철학자들은 정치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사유하며, 나름 정치와 관련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수많은 지식인들의 사색 중심에는 국가라는 주체와 인간의 삶을 진보 시키기 위한 정치가로서의 고민이 녹아 있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한 나라의 수준은 정치 수준이며, 정치가 혼란스러우면 그 폐해는 경제나 문화·사회 모든 영역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정치가 3류인 것은 생각하는 능력과 자기반성하는 훈련이 배양되지 않은 탓이다’라고 가르친다.

정치 참여자들의 사유 높이는 남이 만들어 놓은 천정 아래에 갇혀 맹목적 추종이나 약간의 개선에 만족할 뿐이다. 독립적·주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갖고 있지 못하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치명적인 위험에 처한 이유다.

집권세력들은 우리 정치를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향이 아니라, 사회주의적인 억압의 구조화를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 ‘노예의 길’을 저술한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적 이상을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시키려는 것은 노예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며,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국가에 맡기는 노예가 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전체 경제를 하나의 이념으로 조직화 한 결과 독일에서는 나치의 등장을 가져왔고, 소련에서는 레닌주의와 스탈린주의를 낳아 결국에는 국민들이 노예의 길로 떨어졌음을 알고 있다.

코로나 시대는 국가나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가의 정책에 순응해야 한다는 정서를 갖고 있다. 교활한 위정자들이 국민이 처한 위험한 현실을 자기 정파의 집권이나 영속성을 위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한 나라에 독재가 환영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특정계급이나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떠드는 자들이 출몰하여 자신들이 내세우는 계급이나 집단의 가치체계를 강요하게 된다. 그들은 다수결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 하는 법규를 만들고, ‘법의 지배(rule of the law)’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by the law)’를 내세우고 반대편 인사들을 처벌한다.

'사회의 공기'인 언론기관조차 자기 생존을 위해 진실을 말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상식이 돼버렸다. 심지어는 야당 국회의원들 조차도 몸을 사리는 데 전문가들이다. 가진 것이 많거나 사회적인 지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수준 낮은 정치 의식을 가진 비율이 높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현대는 거부감이 있는 사회주의라는 언어보다는 달콤한 ‘복지국가’라는 따뜻한 언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이상은 사회주의라는 골간을 유지하면서 교묘한 말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속인다.

남북한의 정치·사회 그리고 경제적인 격차는 엄청나다. 그 원인은 이념과 정치시스템의 차이에서 갈라졌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명백한 교훈인데도, 아직도 북한 같은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이 장악하는 착취적 정치경제 시스템을 동경하는 정치가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 보인다. 우리사회의 '암 덩어리'라고 아니 할 수 없는 존재다. 

국가는 자체가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사회전반에 걸쳐 개입하는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5·18 역사왜곡 처벌법과 언론 중재법을 만들어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하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의 훼손이 지나치게 심하다.

또한, 현 정부는 자원의 배분이나 인허가, 개발권, 사업권, 정책금융, 징벌적 세금의 부과, 가격의 지정 등 관여하지 않는 곳이 없다. 국가 통제의 과잉은 무수한 규제법을 양산하기 마련이다. 국민의 창의성과 역동성과 잠재력을 가로막는다. 시장원리가 작동할 공간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인문적 감수성과 품격,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할 수 있는 인품을 가진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조직 또한 권위적·수직적 상하 조직이 아닌, 수평적 소통이 가능한 유연한 조직이 돼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기득권 세력’이 정치의 주류를 차지 하고 있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모든 것을 정치문제로 생각하거나 정치가들만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코로나 방역이나 부동산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국민 기만 행위다. 심지어 모든 것을 정치로 해석하고 정무적 감각을 중시하는 ‘정치 공학’은 정상적이지 않다. 정치가 국민을 괴롭히는 지경에 처한 이 나라에 정치가 있기는 한가?

조평규 필자 주요 이력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단국대 석좌교수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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