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가 금정역에 정차하기로 하자 매수세가 몰리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잠잠해졌지만, 매물이 없어서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요. 1년 전 대비 기본 1억원씩은 올랐네요.”(경기 군포시 금정동 중개업소 대표)
“정부가 기다렸다가 3기 신도시를 노리라고 하는데 당첨 가능성이 있어야 말이죠. 인덕원 집값도 15억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더 늦기 전에 외곽에라도 내집 마련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서울 전세살이 중인 김씨)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천장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9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9일 기준)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30% 올라 지난주(0.2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부동산원이 주간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3∼4주 차 0.36% 상승에 이어 지난주 0.37%, 이번 주 0.39%로 4주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0.47%에서 0.49%로 오름폭을 키우며 역대 최고 상승률 기록을 다시 썼다.
더구나 경기도 외곽으로까지 오름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안성시(0.94%)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단지 위주로, 오산시(0.88%)는 교통개선 기대감 있는 세교동 위주로, 군포시(0.80%)는 대야미ㆍ도마교동 신축 위주로, 안양 동안구(0.79%)는 인덕원역 인근 위주로, 평택시(0.79%)는 안중읍ㆍ고덕면 위주로 상승했다.
경기도 외곽까지 집값 상승세 확산
경기는 0.47%에서 0.49%로 오름폭을 키우며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 주(0.47%)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해만 해도 매매가가 3억원대 후반이었던 군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원 후반대로 껑충 뛰었다. GTX-C노선이 인근 금정역을 지나기로 하자, 매매가가 연일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군포 래미안하이어스 전용 84㎡는 올해 7월 12억2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해도 매매가는 9억원대 수준이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GTX-C 정차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수자들의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며 “금정역세권 개발 호재와 맞물리면서 해당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수자 대부분은 실수요자들로, 매물이 없어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포 산본동 백합아파트 전용 101㎡는 지난달 8억3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이전 신고가는 7억4000만원(3월 계약)으로 4개월여 만에 1억원가량 올랐다. 요즘 호가는 8억원 후반~9억원 초반 수준에 달한다.
다만 매수세가 잠잠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에는 매수문의가 그렇게 많지 않다”며 “매도자도 매수자도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3기 신도시, 기대 이하 "하반기에도 상승세 계속될 것"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정부의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에도 매수심리는 상승 추세다.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의 '주택가격심리지수'는 107.2로 조사됐다.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매도자가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높으면 매수자가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5일 102로 100을 넘긴 이후 한 달 가까이 지수가 100을 넘기면서 매도자 우위 시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매수우위지수는 101.5를 기록하며 기준점을 넘겼다.
더구나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이 소형 면적에 집중되자, 무주택자들의 3기 신도시에 대한 기대감이 꺼지고 있다. 실제 3~4인 가구의 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84㎡ 주택은 이번 1차 사전청약 전체 물량의 1.7%(73가구)에 불과했다. 46~59㎡의 소형 주택이 90%가량에 달했다.
이로 인해 전용면적 84㎡ 73가구 모집에 1만5723명이 몰려 평균 215.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남양주진접2 신혼희망타운 A3블록 55㎡는 197가구 모집에 531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2.7대1에 그쳤다.
이번에 사전청약 문을 두드린 남모씨(서울 양천구 거주)는 "소형주택은 아이를 포함해 세 가족이 살기에는 너무 작다"며 "분양 물량을 늘리기 위한 정부의 탁상행정으로 인해 내집 마련 시기만 늦춰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3기 신도시가 실수요자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뿐더러 집값을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집값을 내릴 악재보다 많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 회장)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연말까지 집값 우상향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며 “서울 집값에 밀려 경기도로 내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꾸준할 것이기 때문에 2025년까지는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현재로서는 수도권 집값이 떨어질 악재가 없다”며 “정부가 앞으로 더 강화할 규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집값을 잡겠다면서 내놓은 규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대선이 예정된 만큼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일변도는 계속되기 힘들 것”이라며 “개발 호재 등이 집값을 상승시키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구나 경기도는 분양시장의 활황세가 아파트 매매가 상승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권 팀장은 “수도권은 구축과 분양시장의 집값이 함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분양시장의 열기가 집값을 밀어올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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