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빨간불] ​"삼시세끼 집밥인데"...고삐 풀린 물가에 서민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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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1-08-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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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값' 된 삼겹살·달걀에 서민들 한숨만 '푹푹'

  •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 1.9% 수준 전망"

 

지난 8월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채소 신선식품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밥상 물가 상승세가 매섭다. 달걀과 삼겹살 가격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폭염이 계속되는 데다 태풍 피해 등 추가 물가 상승 요인까지 있어 하반기에도 밥상 물가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값' 된 삼겹살·달걀에 서민들 한숨만 '푹푹'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밥상 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3위를 기록했다.

지난 8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한국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7.3% 상승했다. OECD 전체 평균(1.6%)의 4.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38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18.0%)와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국내 2분기 기준으로 비교해도 올해 상승률은 2011년(7.8%) 이후 10년 만의 최고치다. 이번 상승률을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원자재가 상승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명절 5대 성수품인 소고기, 돼지고기, 달걀, 사과, 배 등의 물가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산 냉장 삼겹살 평균 가격은 100g(중품 기준)당 2596원으로 1년 전(2417원)보다 7.4% 올랐다.

목살 역시 100g(중품 기준)당 2494원으로 평년(2198원)보다 13.5% 높은 수준이다. 1년 전 가격(2318원)과 비교하면 7.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갈비 역시 1169원에서 1278원으로 1년 새 9.3%나 올랐다.

육류 소비는 통상 여름 휴가철을 맞아 급증한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외식 수요가 줄고 야외활동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재택근무 등으로 집밥 수요가 늘어난 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휴가·캠핑 등을 통한 소비가 늘면서 다시 가격이 뛰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돼지고기 가격 상승은 물론 대체재인 소고기와 닭고기까지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밥상 물가'가 더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
 

국산 냉장 삼겹살 가격 추이 [그래프=농산물 유통정보(KAMIS)]


달걀 가격 상승세는 더욱 매섭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 있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농장을 덮치면서 대대적인 살처분이 이뤄졌다. 이후 달걀 수급에 차질에 생겼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재택근무와 가정 내 생활이 많아진 데다 제과·제빵 등 가공 수요가 늘어난 점도 달걀 품귀 현상을 부추겼다.

지난 13일 달걀 한 판(30구)의 소매 평균가격은 6893원이다. 지난해 달걀 한 판이 5134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34.3%나 폭등한 것이다. 지난 2월 7000원 중반대까지 치솟았던 달걀값이 7개월여 만에 6000원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치솟는 달걀값을 잡겠다는 각오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값이 크게 올랐던 달걀값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 지급, 재입식 지원, 달걀 수입물량 확대 등 조치가 더해져 지난 1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6000원대(30개 기준) 가격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8월과 9월 수입물량 2억개를 차질 없이 도입하고 대형마트 등 소비자 직접 공급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는 등 가격 안정화 노력을 지속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물가 고공행진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폭염이 계속되는 데다 태풍 피해 등 추가 물가 상승 요인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또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 추석을 앞두고 국내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주는 지표들이 고점을 찍고 있어 하반기 물가 전망도 낙관하기 힘들다.

정부는 고물가로 인한 고통이 서민들에게 더 크게 미칠 수 있는 만큼 정책자금 규모를 확대하고 지급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 차관은 "추석 성수품 공급 규모를 확대해 조기 공급하고 수입 물량도 확대하는 등 추석 전까지 농·축·수산물 가격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한 가용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달걀 가격 추이 [자료=농산물 유통정보(KAMIS)]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 1.9% 수준 전망"

최근 국내 물가는 에너지와 식료품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오연희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NABO 경제·산업동향&이슈'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4~6월 중 물가상승 목표인 2%를 상회했다. 지난해 낮은 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농축산물 가격 강세, 공업제품과 서비스물가 상승으로 오름세를 지속하며 1~6월 중 전년동기 대비 1.8% 상승했다. 여기에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올해 물가상승은 한국뿐 아니라 주요국에서도 나타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5.0% 상승하며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역시 2.0% 상승해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농축산물 물가 추이와 주요국 식료품물가 추이 [그래프='NABO 경제·산업동향&이슈' 갈무리]


보고서에서는 올 하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9% 수준을 나타낼 것이고, 물가상승 목표에 근접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저효과와 유가 급등으로 2% 이상의 물가상승률을 보인 2분기(2.4%)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반기 기준으로 2017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물가상승은 지난해 낮은 물가의 기저효과 및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 확대 등 비교적 단기적인 충격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향후 근원물가 상승세가 지속한다면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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