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투자] 아시아·중남미 자금이탈 가속화..."내년 초 이후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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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1-08-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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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in nhanh chung khoan 누리집 갈무리]

신흥국 증시가 경기 침체, 테이퍼링 이슈 등으로 부진한 흐름이다. 다만 증권가는 내년 초 이후면 신흥국 증시를 둘러싼 먹구름이 어느 정도 걷힐 수 있겠다면서 장기적인 시각을 견지할 것을 당부했다.

13일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전일 대비 0.14%(37.87 포인트) 하락한 2만7977.15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하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2월 닛케이225지수는 1990년 8월 이후 30년 6개월 만에 3만 선을 뛰어넘었다.

아시아 중화권 국가들도 대체로 약세다. 대만 가권지수는 1.38%(237.83포인트) 하락한 1만6982.11포인트에, 홍콩 항셍 지수는 전 장 대비 0.48%(126.20포인트) 밀린 2만6391.62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동남아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PSEi 지수는 5.20%(346.67포인트) 하락한 6320.19포인트에, 태국 SET 지수는 0.29%(4.39포인트) 밀린 1528.32포인트에, 인도네시아 IDX 지수는 0.01%(0.16포인트) 하락한 6139.49포인트에 각각 마감했다.

중남미 국가 주요 지수도 횡보세를 면치 못했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13일(현지시간) 기준 12만1193.75포인트에 마감했는데, 이는 불과 한 달 전(7월13일) 12만8167.74포인트 대비 6973.99포인트 내린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흥국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도 무서운 기세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흥국 주식형 펀드는 지난 1년 간 1361억원이 유출됐다. 이어 연초 이후 -610억, 6개월래 -434억원, 3개월래 -161억원 등 지속적인 설정액 유출이 일어났다. 이런 흐름은 1개월래 -32억원, 1주일래 -29억원, 하루새 -3억원 등으로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선진국 펀드인 북미 주식형 펀드는 꾸준한 자금 유입이 있었다. 1년래부터 3개월래까지 조단위의 자금 유입이 계속됐고, 1개월래 6462억원, 1주일래 1494억원, 하루새 351억원 등으로 최근까지 유입세가 꾸준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이 경기 침체 및 테이퍼링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신흥국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경제가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연준(미국 연방준비제도, Fed) 긴축까지 맞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재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테이퍼링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신흥국 주식시장은 좋지 않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며 "MSCI EM(Emerging Markets) 지수만 보더라도 고점을 찍고 계속 흐르는 모습이다. 중간중간 반등은 있지만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촉발된 국가는 신흥국의 대장격인 중화권이라는 지적이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경기조차도 1차 피크아웃을 겪다보니, 나머지 신흥국들에 대한 펀더멘털 기대치도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내년 초 이후 신흥국 증시 회복될 것...장기적 시각으로 접근"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 초 이후엔 경기가 회복되고 테이퍼링에 따른 자금유출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투자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재현 연구원은 "지금을 '저점매수' 기회로 인식해도 좋다"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미국의 테이퍼링 이슈가 완료되는 시점부턴 신흥국 시장의 흐름도 절대적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선 9월부턴 경기 모멘텀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며 "미국에서 인프라 투자가 이미 통과됐고 그 다음으로 부양책들도 이야기가 될 것인데, 미국 고용 경기가 좋아지고 나면 이로 인한 소비진작이 신흥국에 낙수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부터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초기에는 신흥국에서 또 다시 자금 이탈이 있겠지만, 내년 초 이후에는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으로 다시 유입되고 이에 따라 신흥국 증시가 좋은 성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2014년 테이퍼링 시작 때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일부 전문가는 신흥국 시장 안에서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환 연구원은 "올해보다는 내년의 분위기가 나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장기금리 하락세만 보더라도 팬데믹 이후 회복이 늘어질 가능성이 크고, 팬데믹 자체가 양극화를 키워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낙수효과로 신흥국이 좋아질 것'이라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흥국이 전반적으로 경쟁력 있게 오르기는 힘들 수도 있는 만큼, 인도나 베트남처럼 외국인이 편하게 오가거나 상대적으로 서비스업이 발달했거나 무역에 특화돼 있는 일부 국가들 위주로 선별적 투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대만 같은 테크밸류체인, 내수가 받쳐주는 중국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중화권의 경우에는 '본토 위주' 대응이 유효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공원배 KB증권 ETF솔루션팀 과장은 "중국에서 규제하는 섹터보다는 정책적 지원이 나오는 분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플랫폼, 교육은 대표적인 규제 업종으로 꼽히며 헬스케어, 금융섹터는 향후 규제가 예상된다. 반면 전기차, 친환경, 반도체 업종은 정책적 지원이 활발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홍콩이나 미국에 상장된 ADR 주식보다는 본토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면서 "중국은 본토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들, 예컨대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을 모두 규제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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