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R&D 명가'로 꼽히는 종근당이 올해 상반기에도 의미 있는 경영 성적표를 내놓으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신약,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등에서 최근 성과가 나오면서 하반기에는 실적과 신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종근당은 별도 기준 올 상반기 매출로 6375억원과 영업이익 5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따른 기저 효과로 10% 감소했다.
종근당의 실적은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연결 기준 2015년 5925억원에서 2016년 8320억원을 기록해 40.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7억원에서 43.4% 늘어난 61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은 지난 2015년에 취임한 김영주 종근당 대표의 공격적 경영 확장이 바탕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대표의 취임 이후 종근당의 실적은 2018년 이후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2019년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1000억원을 초과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20.7% 성장한 1조3030억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1239억원과 904억원으로 각각 66.2%, 70.7% 성장했다.
올해에는 지난 1분기 매출 310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3268억원을 기록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종근당은 이익 기여도가 높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매출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자누메트,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인 아토젯, 골관절 치료제인 프롤리아주 등 주요 제품들의 매출이 꾸준한 성장을 보여 안정적 실적 증가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약 1500억원이 투입됐고 2021년에는 1700억원까지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연구개발 파이프라인들에서 개발성과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의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적극적인 신약 연구개발(R&D)이 있다. 이모튼과 텔미누보·타크로벨 등 자체 개발한 제품들과 자누비아·케이캡·프리베나 등 도입 품목, 센그라·프롤리아 등 신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성장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종근당의 R&D 실력은 1950년대 출시한 구충제 '비페라' 때 처음 발휘됐다. 당시는 국내 보건수준이 낮았기에 기생충 감염률이 높았다. 이에 종근당은 어린이들이 쉽게 구충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캐러멜 형태의 '비페라정'을 개발했다. 비페라정은 강력한 구충 효과로 기생충 박멸의 일등 공신이 됐다.
종근당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점하고 있었던 면역억제제 시장에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1995년 종근당은 야생 곰팡이에서 추출한 균주를 바탕으로 면역억제제 '사이폴'을 개발했다. 2003년에는 자체 기술을 통해 개발한 '타크로벨'을 출시했다. 타크로벨은 현재 종근당의 면역억제제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1993년 이장한 회장 취임 후에는 신약 R&D 역량이 대폭 강화됐다. 이 회장은 1995년 신약 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중앙연구소를 기술연구소와 의약연구소로 이원화했다.
이후 종근당은 2003년 항암제 신약 '캄토벨'을 시작으로 2013년 당뇨병 신약 '듀비에', 2018년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특히 네스벨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도 출시되면서 종근당의 바이오 의약품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됐다.
종근당의 신약 개발 기조를 이어 받아 전문경영인인 김 대표는 현재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희귀근육질환인 사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 등 혁신 신약을 개발 중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이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3월 나파벨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허가 승인을 신청했으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 조건부 허가가 부적절하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허가가 한 차례 좌절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나파벨탄의 품목 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처로부터 3상 임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고, 글로벌 3상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나파벨탄은 식약처로부터 수출용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번 수출용 전문의약품 허가는 '나파벨탄'의 글로벌 임상 3상 진행을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이 적극적인 신약 R&D를 바탕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전문경영인 경영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2013년 창업주 고(故) 이종근 회장의 장남 이장한 대표이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종근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동시에 창업주 2세인 이 회장 등 오너일가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경영 투명성을 한층 높였다.
이후 2015년 다국적 제약사의 마케팅영업 전문가로 알려진 김 대표가 영입돼 종근당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제약업계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 흐름에 밝고 인적 인프라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종근당에 대표로 취임하기 전 한독, JW중외제약, 릴리 등 국내외 제약사를 두루 거쳤다.
김 대표 취임 당시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전문경영인의 특성상 성장보다 안정을 추구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고 과감한 R&D를 바탕으로 종근당의 성장을 이끌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급격한 외형 성장 속에서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했다.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돼 종근당의 '글로벌 종근당' 비전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종근당은 준비된 회사'라고 강조한다. "종근당의 글로벌 전략은 의약품의 임상에서부터 제품 개발, 출시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 진출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려는 의지를 품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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