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필요"
교육 현장에서는 "교원 행정업무와 잡무 경감은 교사를 위한 게 아니라 수업, 생활지도 등 학생 교육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12일 열린 '교원 행정업무 경감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박정현 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매년 교원 업무 경감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로 인해 다른 업무만 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은 불필요한 업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고, 국회나 시·도의회 요구 자료는 교육청 차원에서 처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도 뜻을 같이했다. 노시구 전교조 정책실장은 "교육당국이 학교 내 업무 분장에 대한 기본 원칙과 교사 업무 기준을 제시하고,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온 전국초등교사노조위원장도 "현재 교원들은 과도·모호하고 돌발적으로 부과되는 잡무를 처리하느라 수업시간을 희생하고, 다음 수업 준비는 초과근무로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위원장은 "교사 업무-잡무를 구분하고 잡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잡무 중에서도 교사가 해야만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과 유아교육법은 '교사는 학생 교육을, 행정직원 등 직원은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교원이 법령에 따라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교총이 지난 6월 전국 초·중·고등학교 교원 28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0%가 '행정업무가 과도하다'고 답했다. 행정업무 가중 이유로는 '행정보조인력과 행정·재정적 지원 부족', '교육활동 이외 업무(돌봄 등) 학교에 전가' 등을 꼽았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현재 교원들은 폐쇄회로(CC)TV 관리, 정수기 관리를 비롯해 계약직원 채용, 돌봄, 방과후학교 운영 등 업무에 몸살을 앓고 있다"며 "이처럼 학생 교육활동을 저해하고 자괴감을 주는 비본질적 행정, 잡무야말로 폭언·폭행보다 심각한 교권 침해"라고 전했다.
◇교육부 "돌봄 전담사 두고, 연수·행사 등 지양"
결국 교육당국의 지원 부족, 역할론이 문제시된다. 하 회장은 "교육청은 커졌는데 교원 행정업무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은 교육청과 지원청이 본연의 역할을 방기하고 오히려 일만 벌리며 학교를 단순 이행기관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교육청 조직 운용을 재점검해 학교 자율성을 높이고, 행정 전담 인력부터 확충해 교사 업무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용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정책간사도 "시대 변화에 따라 학교는 방과후학교·돌봄·복지 등 새로운 업무를 맡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한 원격학습 지원, 방역망 구축 등도 과제로 부과받고 있다"며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예산·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현장 목소리에 방책을 내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4일 발표한 '초등돌봄교실 운영 개선 방안'에서 그동안 교원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학교 내 돌봄 관련 행정업무를 전담사 위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단위 학교 내 업무 분장을 통해 교무행정지원팀을 운영하고, 전담사를 지원팀에 포함하는 등 전담사 중심 행정지원 체계를 구축해 교원 행정업무 가중 요인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어 9일 발표한 '2학기 학사운영 방안'에서는 코로나19 속 등교 확대에 교원들이 학생 관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직접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우선 9월 말까지 수업 집중기간을 운영해 교육부가 학교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불필요한 공문·출장·연수·행사 등을 지양한다. 또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감사에서 불이익을 배제하고, 적극행정 면책을 추진한다. 시·도교육청 대상 교육부 종합감사 일정도 10월로 변경한다.
윤소영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현장 요구와 기존 행정업무 경감 사업의 한계를 반영해 학교 업무 총량 경감을 위한 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시·도별 업무 경감 우수사례도 발굴·공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모더나 백신 수급 문제로 교직원 2차 접종이 미뤄진 것과 관련해 교육부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 교사가 개학 전에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면 등교 일정을 연기·조정하고, 교원들이 수업을 고려해 백신 접종을 하도록 하는 등 학사 안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와는 다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직군은 1∼2차 접종 간격이 6주까지 연장됐지만, 초3∼중3 교직원은 5주로 연장됐다"며 "특히 교사들이 초기에 예약을 많이 해서 9월 1∼4일 예약 비율이 74%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