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와 법] 한동훈-정진웅으로 보는 '독직폭행'...독직폭행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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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8-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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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휴대전화 압수수색 전 '혐의없음'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정 차장검사 독직(瀆職)폭행 혐의에 대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직무정지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없다"며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물리력 행사가 아니라 말로 조치를 하는 등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한 부원장이 상해를 입은 것은 없다고 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가법상 독직폭행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휴대전화를 뺏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었다고 주장한다"라면서도 "그러나 단순히 휴대전화를 뺏는 의사만 있었던 게 아니라 신체에 대한 유형력 행사에서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폭행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정 차장검사는 “당시 증거인멸 우려로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당시 판단이 상당했느냐 여부를 떠나 그 조치는 법령에 따른 직무행위였고 독직폭행의 미필적 고의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이어 “사법기관 종사자의 직무상 판단, 결정, 조치가 권한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면 그 당부를 형사책임 판단 대상으로 삼아 ‘법령에 따른 행위’임을 부정하거나 직권남용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해 형사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던 지난해 7월 29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강요 미수 혐의 관련 한 부원장의 유심칩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한 혐의를 받는다.

독직폭행은 법원·검찰·경찰 공무원 등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을 체포하거나 감금·폭행한 경우 적용된다. 수사를 받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반 폭행죄보다 형이 무겁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 선고만 가능하다.

법조계에선 한 부원장이 아닌 일반인에 대한 수사였다면 오히려 피의자가 공무집행방해를 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 '독직폭행' 정진웅 기소는 정당했나

대검은 지난 12일 형법상 독직폭행 혐의로 정 차장검사가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 입장을 내고 "지난해 11월경 법무부에 정진웅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가 대검 감찰부에 기소과정 적정성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해 현재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6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법무부에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배제 요청에 이의제기를 했다.

해당 사안과 사건 처리 경위 등이 이례적이고 특별한 경우이고, 한 부원장이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윤 전 총장 징계의결서에는 이 같은 한 감찰부장의 판단이 상당히 일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될 만한 정황도 나온다. 

당시 대검에는 '혐의가 없다, 공모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보고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부원장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기도 전이었다.

◆ '이례적' 기소된 정진웅…과거 독직폭행 사례는

지난 2002년 10월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조사를 받던 조모씨가 목숨을 잃는다. 

수사팀이 피의자를 밤샘 조사하는 과정에서 물고문을 하는 등의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주임검사였던 홍모 전 검사와 수사관들은 구속됐고, 지휘선상에 있던 고위간부들은 좌천되거나 옷을 벗었다.

당시 수사관들은 조씨를 10월 25일 오후 9시 서울지검 11층 특별조사실로 연행한 직후부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조씨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허벅지를 5∼6차례 짓누르는 등 가혹행위를 시작했다.

홍 전 검사는 자정을 넘긴 다음날인 26일 새벽 1시께 조씨를 직접 대면, 1시간가량 조사를 벌였지만 조씨는 계속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에 수사관 3명은 당일 오전 7시까지 번갈아 조씨를 맡아 낭심, 허벅지, 엉덩이 등 신체 각 부위를 무차별 구타하고 무릎을 꿇린 채 얼굴을 바닥에 대도록 하거나 수갑을 채운 채로 `엎드려 뻗쳐'를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계속하며 자백을 강요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조씨는 연행 후 10시간가량 수사관들로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면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수사관들은 옆방 조사실에서 있던 공범 박모씨에 대해서도 허벅지와 복부, 얼굴 등을 발로 찼다.

밤샘 조사는 1990년대까지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당시 "자백을 받는 데 가장 좋은 시간은 새벽녘"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기도 했다.

홍 전 검사는 수사관들의 물리력 행사가 끝나갈 무렵인 26일 오전 6~7시께 조사실로 내려가 수사관 최모씨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으면서 조씨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제지 없이 그냥 지나친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사망사건을 수사했던 당시 검찰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던 박씨의 옷이 젖어 있는 것을 목격한 참고인의 진술이 있었고, 박씨를 접견했던 변호사도 박씨에게 물고문을 당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고 있어 박씨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 전 검사는 징역 1년 6개월이, 수사관들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해당 사건은 검찰의 낡은 관행을 바꾸는 데도 영향을 줬다.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밤샘 조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됐고, 진술거부권을 알리지 않은 채 피의자에게 받아낸 자백은 증거가치를 잃게 되며 검찰이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게 되면 기소 이후라도 반드시 법원에 제출해야 되는 등 수사준칙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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