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블로퀸 양효진이 세번의 올림픽 경험 속에서 깨닫고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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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1-08-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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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연속이었던 여자배구. 여자배구팀에겐 코로나에 따른 도쿄올림픽 연기뿐만 아니라 부상으로 인해 최종적으로 올림픽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주전선수들의 빈자리 등이 이어져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자배구팀 선수들은 흔들림 없이 이번 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이후 이어진 배구 강국 브라질과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아쉽게도 점수 차가 벌어지고 기세가 밀려 승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득점할 때마다 환하게 웃는 모습과 실수를 해도 서로 다독이는 모습에서 ’힘들 땐 여자배구팀처럼‘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보는 이들에게 울림이 전해질 정도였다면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어떤 생각들이 들었을까? 세 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양효진 선수와 올림픽의 경험이 준 배움과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양효진 선수(가운데) [사진=연합뉴스]
 

Q. 이번 도쿄올림픽 어떠셨나요?

A. 올림픽이라는 대회 자체가 워낙 큰 대회이고 선수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작년에 올림픽 티켓을 땄을 때도 그렇고 참가를 했을 때도 예전에 했던 다른 올림픽의 아쉬움들이 생각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Q. 여러번의 올림픽 무대를 경험하셨는데요. 올림픽 무대 경험이 선수 개인 그리고 팀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준다고 느끼세요? 대표팀에서는 타 팀 선수들과 함께한다는 점에서 배울 것도 많을 것 같아요.

A. 항상 대표팀 시합을 갔다오면 많은 배움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시합을 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나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에 대한 방향성들이 뚜렷하게 정해지는 느낌이라서 국내에서 할 때와는 다르게 제가 생각해도 대표팀을 갔다오면 많은 성장을 하는 계기가 돼요.

Q. 세번의 올림픽에 나갔는데 나이가 들면서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있어서 달라진 건 뭔가요?

A. 어릴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대표팀뿐만 아니라 시즌을 준비할 때도 1년 1년 마음가짐이 달라지듯이 첫번째랑 두번째랑 세번째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져요. 첫번째는 어린 나이에 뭣 모르고 나갔던 것 같아요. 올림픽을 나간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마냥 신나고 즐거웠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예전 올림픽에서의 아쉬웠던 점이나 다음 올림픽에 나가면 이런 것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대회에 임했던 순간까지 그때와는 많이 달랐어요.

Q. 이번 올림픽에서 특히 여자배구대표팀을 비롯해서 4위 선수들이 빛났던 것 같아요.

A. 저도 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이나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하는 것들을 도쿄에서 봤는데 저도 사실 뭉클하더라고요. (이전에는) 메달을 따야 좋다고 생각했었어요. 메달을 따야 기쁨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보상이 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그렇고 메달이 제가 원하는 꿈에 닿지 않더라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어요. 그런 부분들이 보시는 시청자 분들이나 팬 분들께도 전해지지 않았을까요. 저희도 꼭 메달이 아니더라도 이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같이 공유된 것 같아요.

Q. 일본으로 가면서의 기분과 한국으로 돌아오면서의 기분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A. 가기 전에는 대회를 임하는 자세로 갔기 때문에 부담감은 있었던 것 같아요. 선수들은 부담감이 있으면서도 많은 준비를 하면서 연습들이 힘들었거든요. 이런 것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어느 정도의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도쿄올림픽에 갔었어요. 근데 돌아와서는 홀가분했던 것 같아요. 메달을 걸고 오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할 만큼은 했다고 생각했고 한계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도 이미 하고 갔기 때문에 저희끼리도 많은 것들을 얻고 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생에서 이렇게 중요한 것들을 또 경험할 수 있을까’라고 느낄 정도로 코치, 스태프 분들이나 선수들끼리 그런 부분들을 느끼고 와서 뿌듯하게 돌아왔던 것 같아요.

Q. 파리올림픽에도 나갈 예정인가요?

A. 파리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까요(웃음). 지금 나이가 33살이라서 그때는 장담을 못할 것 같아요.

Q. 선수촌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보면 팀에서는 느끼지 못할 것들을 많이 접할 텐데 그들을 통해서 뭘 가장 크게 배우시나요?

A. 아무래도 평소에는 저희 팀끼리만 운동을 하는데 선수촌에 들어갔을 때는 개인종목, 팀 종목할 것 없이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다 모여서 운동을 하는 곳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어릴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의 열기가 많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도 더 운동에 집중하게 되는 느낌이 들고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많이 됐던 것 같아요.

Q. 훈련 외에 선수들과 뭘 하면서 보내세요?

A. 할 게 없었어요. 쉬고 운동하기 바빠서 쉬고 운동하고 밥 먹고 미팅하는 시간마저도 촉박했던 것 같아요. 정말 짬나는 시간에는 기념할 수 있는 기념품들을 사러 갔어요. 그리고 오륜기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은 게 다 였던 것 같아요.

Q. 코로나19로 인해 올림픽이 연기됐는데 그 시간 동안 뭘 하면서 보냈나요?

A. 팀에서도 운동을 하다 보니까, 똑같은 일상으로 운동을 했어요.

Q. 코로나19로 연기된 게 경기력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준 것 같나요?

A.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더 좋았을 수도 있고 더 나빴을 수도 있어요. 그때 당시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있었거든요. 근데 바로 했더라도 기량에 있어서 좋았을 수도 있고요. 대신에 코로나라는 것 자체가 일상생활이나 모든 면에서 제한되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까, 다들 힘들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 연합뉴스]


Q,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대표팀은 어떤 경험인가요? 국가를 대표해서 나간다는 자부심과 함께 또 다른 재미들이 숨어있을 것 같아요.

A.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었던 것 같아요. 항상. 제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더 노력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부분들이 제가 더 넓게 볼 수 있고 더 넓게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여자배구 팀워크의 비결은 뭔가요?

A. 하나를 꼽기 힘들지만 감독님부터 열정이 강했어요. 준비하는 과정부터 너무나도 열심히 준비를 해주셨고 그것에 있어서 저희도 열심히 한 만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거든요. 그 과정에서 주장인 연경 언니가 저희를 잘 끌고서 저희의 정확한 목표가 뭔지를 알려주고 팀원들도 거기에 있어서 잘 따라갔고요. 그런 여러 가지 부분들이 잘 맞아 떨어져서 팀워크가 좋지 않았나 생각해요.

Q, 라바리니 감독은 팀에서 어떤 감독인가요?

A. 배구할 때는 정말 배구에 미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그만큼 열의가 대단하셨어요. ‘내가 지도자를 해도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멋진 지도자예요. 배구 외적으로, 사람으로서도 좋으신 분이어서 정이나 선수끼리 커뮤니케이션 하는 데 있어서 전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었다는 것과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하신 감독님이라고 생각해요.

Q. 라바리니 감독께서 이탈리아로 가기 전에 대표팀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시던가요?

A. 저희가 동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 있었고 동메달이 아니더라도 메달권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 있었는데 저희가 생각했을 때는 노력을 했지만 허무맹랑하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끝나고 나서 다들 웃으면서 덤덤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마지막 경기인 세르비아 전이 끝나고 나서는 아쉬움의 눈물을 다들 흘리고 크게 별 다른 얘기는 안했었는데 다같이 모여서 라바리니 감독님께서 “동메달을 한국에 꼭 안겨주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시고서 다같이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 마음이 아팠어요. 다들 동메달 없어도 괜찮다고 얘기는 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서로 너무 노력했고 “어쩌면 우리도 메달권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고 했는데 거기에 못 미치게 됐다는 걸 라바리니 감독이 그 말을 해줌으로써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준비과정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힘들었던 생각들과 아쉬움에 다들 눈물을 많이 쏟았던 것 같아요.

Q. 기억에 남는 훈련 에피소드가 있나요?

A. 리미니에서 저희가 한달 정도 운동을 했는데 그때가 너무 힘들었어요. 한달 동안 하루 쉬면서 운동을 했거든요. 태어나서 이렇게 운동을 한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할 일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서인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사진= 연합뉴스]


Q. 올림픽 끝난 후에는 뭘 하면서 보내세요?

A. 감독님께서 며칠 쉬게 해주셔서 집에도 잠깐 갔다 왔는데 바로 코보컵이 있어서 길게 휴가는 갈 수 없지만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Q. 양효진 선수가 동료에게 가장 의지하는 부분은 뭔가요?

A. 코트 안에서의 믿음이 있는 것 같아요. 각자 내가 해야 될 몫이 뭔지 서로서로 알면서도 저희끼리 뭉쳐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있는 것 같아요.
 

[사진=현대건설배구단 제공]


Q. 양효진에게 김연경은 어떤 선수이자 언니이며 김연경 선수를 통해서 가장 크게 배운 건 뭔가요?

A. 제가 어릴 때부터 언니랑 같이 배구를 같이했는데 왜 대단한 선수가 되는지를 아주 잘 알 것 같아요. 정말 대표팀에 애착도 너무 강했고 저희가 처음 대표팀을 할 때 엄청 열악한 환경에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바꿔나가야 된다고 계속 얘기를 하면서 앞장서서 바꾸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그런 부분들을 바뀌어나가면서 배구 환경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옆에서 볼 때도 생각하는 부분이나 배구를 할 때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 세계 최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언니랑 배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대단한 선수가 나올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연합뉴스]
 

Q. 김연경 선수를 통해서 바뀐 건 뭔가요?

A. 누리는 환경이나 배구의 관심 자체가 언니로 인해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배구가 재밌는 스포츠라는 걸 많은 분들께 알리기 위해 앞장서는 데 제일 많은 기여를 했다고 봐요.

Q. 모든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퇴장을 하고 나서 김연경 선수가 빈 배구코트를 바라보는 모습이 뭉클했어요. 마지막 대표팀 경기가 끝난 후 김 선수가 어떤 말을 하던가요?

A. 저도 언니랑 계속 같이 운동을 했지만 마지막날에 언니가 그렇게 많이 우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그러다 보니까, “모두에게 너무 고맙고 이렇게 좋은 순간을 같이해서 너무 좋았다”고 얘기했어요. 그 말 속에 대표팀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이 교차하면서도 언니가 그런 얘기를 하면 같이 모든 순간들을 겪어서인지 저도 너무 슬프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내심 메달을 땄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는데 못 따서 아쉽다는 마음도 있었죠. 긴 대표팀의 여정과 올림픽을 준비함에 있어서 만감이 교차하면서 시원섭섭했던 순간들이 많았어요.
 

[사진=스브스스포츠 영상 캡처]

[사진= 스브스스포츠 영상 캡처]


Q. 김연경 선수의 앞으로의 행보에 있어서 들은 게 있나요?

A. 중국리그에 가서 언니가 리그를 뛴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언니도 잠깐 쉬다가 몸 만들어서 중국리그 준비를 할 걸로 알고 있어요.

Q. 김연경 선수와 함께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뭔가요?

A. 매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언니랑 있으면 항상 즐거운 순간들이 많아서 많이 웃거든요. 그래서인지 대표팀에서는 매순간 힘들었지만 언니랑 함께하면서 행복한 순간들이 많기 때문에 잘 견뎌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배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어요. 신체조건이나 제가 모르는 기량들을 보면서 배구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Q. 배구를 추천해줬던 선생님은 양효진 선수를 보면서 뭐라고 하시나요?

A. 정말 너무 뿌듯하다고 얘기를 해주시고 지금도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시는데 저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면 일과 권태기가 올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때 다시 일어서게 해준 건 뭔가요?

A. 저희끼리도 항상 얘기하는데 뭔가의 계기를 만드는 게 더 안 좋은 것 같더라고요.
그럴 때일수록 ‘목표가 있으니까 해야 돼‘라고 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런 부분은 내가 하고 싶을 때 목표로 정해서 하는 게 더 성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하기 싫을 때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내가 당장 하기 싫은데 목표를 정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때는 저 자신을 내려놓고 하는 것 같아요. 10에서 8을 노력했다면 너무 노력하지 않아도 되니까, 쉬면서 내려놓고 내가 힘들지 않은 선에서 했을 때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과정만 즐기자고 느끼면서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일이 좋아질 때가 있더라고요. 그때 다시 해보자고 느끼고 그때 다시 목표를 설정해서 하다 보면 그 순간이 지나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기 위한 양효진 선수만의 방법이 있나요?

A. 좋아하는 일도 일이 되면 좋아하지 않게 된다고 하잖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고 싶다면 일로 삼지 말라고 하던데 그만큼 일을 하면서의 스트레스가 있다고 봐요. 많은 분들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저조차도 그렇게 생각했고요. 근데 일에서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잖아요.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나 좋아하는 일도 매일 하다 보면 지겹게 느껴질 때가 있고 권태가 오기 마련이에요. 그러니까 너무 많은 성과를 바라거나 자기 자신한테 너무 많은 압박이나 스트레스를 주면 어느 순간 지치기 때문에 자기가 느낄 수 있는 만족도나 다른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취미 같은 아주 작은 돌파구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Q. 양효진 선수의 취미나 돌파구는 뭔가요?

A. 저는 큰 취미는 없어요. 일주일 운동을 꼬박꼬박 채워서 하면 쉬는 날 하루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하루종일 먹으면서 아무것도 안하고 소파에 널브러져서 있는 소소한 일상들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올림픽 경기를 뛰면서도 ’한국 가면 뭐하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시켜먹고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틀어놓고 집에서 쉴 거야‘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거든요. 제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움직이면서 하는 스포츠나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건 안 좋아해요.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 생각 안하고 스트레스 안 받고 잠을 잘 잘 수 있고, 어떤 생각도 안 하는 걸 제일 좋아해요.

Q. 좋아하는 음식이나 드라마, 영화는 뭔가요?

A. 저는 빵을 좋아해요. 그래서 다른 지역에 가면 빵집을 자주 찾아보곤 하는데 요즘에는 빵을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웃음). 그래서 쉬는 날에만 먹으려고 하죠. 빵을 너무 좋아해서 나중에는 빵지순례도 가보고 싶어요. 그래서 쉬는 날에 빵이나 커피를 먹으면서 액션영화보다 자극적이지 않고 감동 있는 잔잔한 영화들을 봐요.
 

[사진=현대건설배구단 제공]


Q.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룰이 있나요?

A. 저 자신한테 많은 압박을 주는 스타일이라서 그런 게 안 지켜지고 성에 안 차면 계속 그게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로, 원래 되게 심했어요. 요즘에는 정말 많이 좋아지고 내려놨어요. 그래서 지금은 잠 잘 자고 운동에 방해가 안 되게만 하는 것 같아요. 규칙적으로 잘 먹고 잘 자는 룰만 있어요.
 

[사진=현대건설배구단 제공]


Q. 이번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진행됐는데 이전 올림픽들과 가장 달랐던 건 뭔가요?

A. 정말 많이 달랐어요. 올림픽을 왔는데도 연습경기를 하러 온 느낌이었고 첫 경기를 할 때 그런 걸 많이 느꼈어요. 올림픽에 갔을 때 전 세계인이 경기에 관심이 높다는 걸 제일 많이 느꼈는데 이번에는 무관중이다 보니까, 관중석에서의 환호소리나 응원이 없어서 그런 게 제일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Q.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개막식과 폐막식 모두 참석했는데 TV에서 보던 개막식과 폐막식과, 현장에서 경험한 개·폐막식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A. 개막식은 이번에 처음 가봤어요. 시합과 날짜가 맞아야 개막식에 참석을 할 수 있거든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되게 재밌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TV에서는 여러 가지를 보여줬는데 직접 참여해보니까 계속 걸어 다니다가 아무것도 못 보고 나왔어요(웃음).

Q. 양효진 선수 개인의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매순간이 다 중요했지만 올림픽 경험들과 매 시즌이 다 기억에 남아요.

Q. 가장 중요했던 1초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도쿄올림픽 일본 전에서 질 뻔했는데 마지막에 뒤집어서 이겼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역전으로 이겼던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A. 진짜 너무 좋았어요. 다른 걸 생각할 겨를 없이 너무 좋아서 ’대박, 어떻게 이걸 이겼다고?‘ 하면서 방방 뛰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Q. 대표팀 생활을 하면서 다른 팀 선수들이나 김연경 선수처럼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과 교류가 많았을 텐데 양효진 선수는 FA 때마다 현대건설에 남았어요. 그 이유가 뭔가요?

A. '외국에 나갔을 때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도 있었고 어릴 때는 겁도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나갔어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대신에 후회는 안 해요. 어떤 선택에 있어서 분명 장단점이 있고 후회는 남았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현재 이 자리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Q. 국내 연봉퀸 타이틀을 오랫동안 갖고 계신데, 이 타이틀 외에 붙었으면 하는 타이틀이 있나요?

A. 제일 들었을 때 좋은 수식어는 블로퀸인 것 같아요. 제가 포지션이 센터이다 보니까, 블로킹을 잘한다는 것 자체가 좋게 느껴지고 그만큼 블로킹에 대한 애착도 크고 성과도 열심히 내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그 타이틀을 좋게 생각해요.

Q. 어느덧 고참선수가 되셨는데, 우리 나라 여자배구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A. 대표팀 시합이 정말 쉽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매번 나갈 때마다 시즌을 하고 출전을 하는데, 후배 선수들도 대표팀에 나갔을 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계속 지금처럼만 잘하면 앞으로도 좋은 미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진=대한민국배구협회 제공]


Q. 여자배구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팬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너무 많은 관심과 응원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팬분들의 응원을 받을 때마다 경기장에서 정말 많이 힘이 나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관중분들이 못 들어오셔서 경기를 할 때도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 팬분들의 소중함을 정말 많이 느꼈고 이번에도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Q. 양효진 선수가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와 지금 여자배구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뭔가요?

A. 사실 배구를 잘 모르셨을 것 같아요. 왜냐면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셨을 분들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배구를 보다 보니까,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배구를 가깝게 해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기쁘고요. 앞으로도 배구가 재밌는 스포츠라고 생각을 하면서 즐겨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Q. 김연경 선수의 대표팀 은퇴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양효진 선수도 선수생활을 은퇴를 하게 되는 시점이 올 텐데요. 미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나요?

A. 다른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뚜렷하게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배구 쪽으로 해설 부분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배구 외적으로 일을 한다고 해도 재밌고 흥미진진할 것 같아요.

Q. 배구선수로서의 양효진, 사람으로서의 양효진은 어떤 사람인가요?

A. 배구선수로서 양효진은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배구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다시 배구선수로서의 양효진이 된다면 유하게 살고 싶어요. 어떠한 일에 크게 매달리지 않고 여가도 누리고 여유를 가지면서 살 수 있는 삶이 됐으면 좋겠어요.

Q. 처음 배구선수를 하기 전 꿈꿨던 것을 몇 % 정도 이뤘나요?

A. 제가 목표를 세웠던 것들을 항상 이뤄내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은퇴를 하는 시점까지 제가 그리는 꿈들을 이뤄내고 은퇴를 하는 게 꿈이에요.

Q.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뭔가요?

A. 지금처럼 배구에 대한 열정이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서 계속 잘하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

Q. 김연경 선수를 비롯해서 올림픽에 함께한 선수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진짜 너무 고생 많았고 함께 같이해서 행복하고 즐거웠어요.

Q. 라바리니 감독께도 한 말씀해주세요.

A. 제가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배구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배구의 관점을 다르게 보고 접근할 수 있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그 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해야 전문분야의 프로가 된다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저도 돌아보니까, 10년차가 넘어서 일이 수월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근데 그만큼의 시간을 견디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하시는 분들은 인내력이나 끈기력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하시는 일에 있어서도 지금까지 그만한 열정을 가지고 해오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 열정을 보여주시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국제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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