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직후 서초사옥 찾아 경영진과 릴레이 회의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출소 직후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을 찾아 주요 경영진과 회의를 했다. 삼성전자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대부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이날 회의는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3~4인 단위로 쪼개 잇따라 진행,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수감 이후 207일간 미처 챙기지 못한 그룹 내 현안을 단시간에 두루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출소 직후 자택을 찾거나 고 이건희 회장의 묘소를 찾는 등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출소하자마자 서초사옥으로 향해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만났다. 사실상 즉각적인 경영 복귀 행보를 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광복절 연휴에 이 부회장은 건강을 추스르며 별다른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안다”며 “회사로는 출근하지 않았고 자택에서 쉬며 일부 경영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청와대도 이 부회장의 출소 당일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인다”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문 대통령은 가석방 비판 여론에 대해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좋은 말씀”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밝혔다.
◆반도체·백신 특사 역할론 주목··· 준법경영도 속도
재계는 이 부회장이 가장 주력할 현안으로 코로나19 백신 수급 문제를 꼽는다. 현재 정부의 목표와 달리 백신 공급 차질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서 백신 수급을 지원 사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정부 협상단과 화이자 고위 경영진 사이에 가교 구실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부회장은 오랜 기간 교류해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이 화이자 사외이사인 점을 파악,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사장을 소개받아 우리 협상단과 만남을 주선했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 현안도 두루 챙겨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번 주중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장이 있는 수원 본사와 반도체 생산기지인 화성과 평택캠퍼스도 잇달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도 K-반도체 벨트 구축에 속도를 내는 만큼, 삼성전자는 신축 중인 평택 3캠퍼스(P3) 완공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반도체 비전 2030(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위 달성 목표)’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새로운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준법 경영’에도 꾸준히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지난해 2월 설치된 준법경영위원회에 계속해서 힘을 보탤 전망이다. 또한 향후 예정된 삼성물산 합병 의혹·회계 부정 사건 재판 과정에서 철저히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를 다잡아 제2, 제3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로드맵을 만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재계 안팎에서 이 부회장의 첫 외부 행보로 17일 준법위 정기회의 참석을 점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는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도 “청와대가 언급한 국익을 위한 역할을 고심하는 동시에 그룹 안팎의 현안을 챙기는 데 많은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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