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7개월] 검찰과 수사 혼선 지속…이유는

검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사진=연합뉴스 ]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부장 검사)이 지난 17일 과거 검찰 간부들의 위법 수사를 처벌해달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임 담당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수처가 검사들의 직무상 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 수사기관"이라며 "중병에 걸린 검찰을 살리기 위해 119를 다급히 부른다"고 부연했다.

임 담당관은 "검사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는 판례 하나를 만들기가 참으로 지난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의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특별기관으로서, 검찰 권력을 철저히 수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고위공직자범죄는 공수처로,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사의 수사대상 범죄는 검찰청으로, 그 밖의 범죄는 경찰청으로 수사권을 나눴다.

공수처가 출범한 지 7개월이 돼 간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과 수사 기능에 따른 권력 분립과 견제·균형의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명확하지 않은 사건 이첩 기준

공수처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데 '명확하지 않은 사건 이첩 기준'을 꼽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24조 1항은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해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돼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공수처 법령상 '수사의 진행 정도'와 '공정성 논란'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공수처가 출범한 지 6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의 사건 이첩에 대해 '직무유기'라는 이유로 고발장이 들어오기도 했다. 지난 9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고발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것에 대해 김진욱 처장과 여운규 차장을 고발했다.

공수처는 사건 이첩 기준과 관련해 대통령령 제정 등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인력난도 문제 중 하나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이고, 3번 연임이 가능하다. 최대 12년 정도만 근무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는 공수처 행정인력과 수사관 증원을 위한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출범한지 7개월...아직 성과 없어
 

그러나 공수처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으로 남았다. 공수처가 출범되고 나서 정식으로 수사에 착수한 사건은 10건이지만 아직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5일 기준 다른 기관이 공수처로 이첩한 사건은 45건, 인지 통보한 사건은 160건, 고소·고발 등은 1577건이다. 공수처는 이 가운데 10건(11호 김형준 뇌물수수 사건 제외)을 입건했고, 136건은 불입건, 945건은 타 기관으로 이첩했다. 나머지는 분석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사건이 면피성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초 1호 사건으로 조 교육감 사건을 택할 당시, 법조계 안팎으로 공수처가 '(수사하기) 쉬운 사건'을 택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사세행도 윤 전 총장과 최 전 감사원장을 공수처에 고발하면서 "공수처는 조희연 교육감은 만만하고 대선 후보는 두려운가"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1호 사건' 면피성? 

조 교육감은 지난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해직 교사 5명이 특별채용될 수 있도록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의혹 감사를 했던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특별채용 지시를 했지만 당시 업무 결재라인에 있던 부교육감 등이 거부하자,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조 교육감 관련된 의혹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공수처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관련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27일 조 교육감을 소환 조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 교육감은 당시 조사를 마치고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특채를 진행했고, 특채를 통해 개인 사익을 취한 것이 없다"며 "감사원이 주의 조치를 내린 후에도 공수처가 수사를 개시한 것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결국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에 공소심의위원회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소심의위는 공수처의 공소제기·수사 적법성 등을 판단하기 위해 법조계·학계·시민단체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다. 이렇게 공수처 1호 사건이라는 상징성도 있어 최대한 신중히 검찰에 기소 의견을 올리고자 공소심의위 구성 얘기가 나온 것이다. 

공수처 수사2부(김성문 부장검사)는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지난 6월 초에는 특별채용 실무부서인 교육정책국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지난 11일에는 조 교육감이 제출한 33쪽 의견서 등을 종합해 빠르면 이달 안으로 조 교육감의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또한 공수처는 공소심의위에 앞서 수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검사들로 수사를 재차 살펴볼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