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되면 집값 잡을 수 있을까…상관관계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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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1-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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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글쎄'

  • 주택 공급 확대가 더 효과적…"정책 유지해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집값 상승률이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와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부동산 수요가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시작된 상승세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으로 확산했고, 매수심리도 더욱 강화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짙어지는 매파색…8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기존 0.5%에서 0.75%로 인상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에도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금통위원 사이에서 형성됐다. 상반기 유동성 증가 추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경우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도 추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금융불균형 문제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리가 인상되면 지난해 3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이후 16개월 만의 인상이다.

최근 들어 한은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열린 금통위 회의에서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통화긴축 성향을 보였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8월 금통위 회의부터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더 많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외 금융기관들도 8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금통위 회의가 앞으로 세 차례 남은 만큼 금융권에선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1%에 도달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은의 첫 금리인상 시기를 오는 10월에서 8월로 앞당겼으며 올 4분기와 내년 3분기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도 금통위가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을 이유로 10월 인상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금리 인상돼도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미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투자로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지면서 자산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들어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이 보고서는 2016년 금리인상 충격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가계 부채 조정도 쉽지 않다. 한은이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 상승만큼 주택 관련 대출 금리가 상승한다고 했을 때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은 1조4000억원, 0.5%포인트 오를 경우 2조7000억원 증가한다.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1040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0.1~0.2%에 불과하다.

주택담보대출을 1억원 받은 경우 0.25%포인트 대출 이자 증가분은 연간 25만원, 매월 2만833원 수준에 그친다.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더라도 연간 이자부담은 50만원, 매월 4만1667원 늘어난다.

이 때문에 0.25~0.50%포인트 인상만으로는 가계 부채 조절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에서도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꾸준히 내보내고 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1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7월 말 현재 가계대출은 전월에 비해 9조7000억원 증가했다. 7월 가계대출 증가규모는 지난 2004년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금액이다.

당국의 핀셋 규제나 1~2차례 금리인상으로는 더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다중 규제와 대규모 공급 대책,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 '거래절벽'은 지속되고 있지만, 거래가 됐다 하면 신고가가 속출하는 등 집값이 진정되지 않아 무주택자와 정책 당국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모습. [사진=연합뉴스]

결국 공급이 답…그런데 입주 물량이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공급이 있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요자들이 가장 원하는 지역에 재건축 등을 통해서 새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규제 강화는 주택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거나 일시적인 반면, 주택 공급 확대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나타냈다.

문제는 당장 2년간 입주물량이 줄어드는데 공급이 늘어날 구멍이 없다는 데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아실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는 지난해 3만9320가구에서 올해 1만9343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내년(1만3132가구)과 후년(1만1723가구)에도 연간 입주 물량이 2만 가구에도 못 미친다. 2021~2023년 3년간 연간 평균 입주 아파트가 1만4700가구 수준으로, 작년 입주 물량의 37%에 불과하다.

여기에 정부는 사전청약이 흥행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확정 분양가도 안 나왔고, 2기 신도시처럼 분양 추진일정도 언제든 미뤄질 수 있다. 2·4대책 등 공급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실질적 입주까진 기간이 길어 하락세로 전환하는 것이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정부도 일관된 공급 신호를 보내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지난해 8·4대책과 올해 2·4대책 관련 후속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주민들의 반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로 삐걱거렸던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해 조속히 시장 안정 효과를 내겠다는 의지다.

다만, 공급 계획부터 입주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당장의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모든 공급 계획은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면서 "공급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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