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조 슈퍼예산이 온다] '브레이크' 없는 지출에 나랏빚 눈덩어리...재정준칙은 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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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1-08-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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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국가채무 1061조4000억원…채무비율 49.9%

  • '한국형 재정준칙' 국회 논의 10개월째 공회전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라 곳간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내년 예산 총지출을 600조원으로, 이른바 '초슈퍼예산' 편성을 예고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이유로 내년에도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

여기에 재정 지출까지 늘면서 내년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브레이크 없는 지출에 나랏빚까지 몸집을 키우고 있어 차기 정부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본예산 기준 956조원이었던 올해 국가채무는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거치면서 963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2%로 상승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집계하는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17일 기준으로 1인당 국가채무는 1801만원을 넘어섰다. 

2차 추경안을 거치면서 당초 국가재정운용계획보다 지출이 늘어난 탓에 내년 국가채무는 100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국가채무는 106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9%까지 오른다. 사상 처음으로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서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첫 50%대를 기록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주요 선진국보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4%로 선진국 평균(125.5%)을 크게 밑돌았다. 상대적으로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제는 예사롭지 않은 나랏빚 증가 속도다. 2016년 626조9000억원이었던 나랏빚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660조2000억원, 2018년 680조5000억원, 2019년 723조2000억원, 2020년 846조900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는 963조9000억원까지 증가해 국가채무 1000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국가채무의 가파른 증가세에 피치와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는 잇따라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올해 한국의 신용등급과 전망 모두 기존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재정준칙은 진전된 논의 없이 10개월째 공회전이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2025년부터 국가채무비율 기준을 60% 이내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해 1.0을 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재정준칙이 발표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국회에서는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회는 전문가 등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았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립서비스다. 작년에 재정준칙을 만들어 바로 적용했어야 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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