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말 없는 구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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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1-08-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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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안 걸리고 백신도 안 맞는 게 최선이지만, 괜한 불안감과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예약한다. 물론 이 위험이 백신 접종 후에도 상존하는 건 에러다.

예약을 마치면 카카오톡(설정 시)으로 접종일 등 확정 안내가 온다. 행정안전부가 출시한 국민비서, 일명 '구삐'가 보낸다. 구삐는 네이버와 카카오톡, 토스 등 플랫폼을 통해 개인별 맞춤형 행정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최근 모더나 백신이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접종 시기가 갑작스레 1~2주 이상 미뤄지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인 화이자 백신을 맞는 이들도 일정이 덩달아 연기됐다. 하지만 구삐는 알림이 없었다.

'화이자 접종 대상자가 모더나 수급과 무슨 상관이겠느냐'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면 큰코다친 셈이다. 백신휴가를 써야 하는 직장인들은 뒤늦게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9월 추석 연휴 다음 날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됐던 한 직장인은 "친구가 확인해보라고 해서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10월로 일정이 바뀌어 있었다"며 "이 친구도 알림을 받은 게 아니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스로 확인해본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담은 가까운 지인은 물론이고 온라인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구삐에서 알림이 왔는지, 왔다면 언제 왔는지를 서로 묻고 답했다. 따로 질병관리청 애플리케이션 쿠브(COOV)를 설치해 일정을 확인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며칠간 소란이 지속하자 정부는 문자로 일정 변경을 공지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은 예민해졌고, 백신 일정과 부작용 등은 예민함을 가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삐는 지난 3월 탄생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예약, 운전면허 갱신기간 안내 등 각종 민원서비스를 24시간 채팅으로 상담하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연말까지 서비스 항목도 21종으로 늘린다.

하지만 가짓수보다 중요한 건 서비스 질이다. 국민 모두가 실시간 뉴스에 밝은 건 아니다. 특히 이번 백신 접종 일정 연기처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엔 자신이 대상자인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인공지능(AI) 비서를 표방하는 구삐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선 아직 익혀야 할 게 많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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