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부채 증가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부채 증가를 막겠다며 잇단 경고와 고강도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대출 억제’에 대한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규제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가계 및 기업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1년 7월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40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7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증가액은 2004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7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에는 ‘영끌’, ‘빚투’로 대변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기준 75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새 6조1000억원이 불어났다. 증가액 기준으로 2015년 7월(6조4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최대치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잔액 280조8000억원) 역시 전월 증가폭(1조3000억원)의 2배가 넘는 3조6000억원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늘어난 것은 가계대출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기업대출 증가폭 또한 두드러졌다. 7월 기업대출 규모는 1033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6월 기업대출 증가액이 5조1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기업대출 역시 증가액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폭을 나타냈다.
문제는 급격하게 불어난 빚이 국민들이 한 해 벌어들인 수익을 훨씬 웃돈다는 것이다. 가계와 기업부채를 더한 민간신용(부채)의 명목 GDP 대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16.3%로 작년 동기 대비 15.9%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처럼 수익 대비 빚이 급증하게 될 경우, 향후 금리상승 등 대내외 충격 발생에 따른 채무상환 등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 우려가 크다. 또한 빚이 늘어나면서 야기한 ‘유동성 과잉’ 역시 자산가격과 물가상승 등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민간부채 증가세에 대해 지속적인 경고와 규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가 지난 7월부터 시행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당국은 모든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거나,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이용할 경우 차주 단위로 적용해 DSR 4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에는 1억원 이하인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연 소득을 넘지 못하도록 시중은행에 권고하는 한편 2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이날 '빚'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추가규제를 예고했다. 고 후보자는 "기존에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추가 대책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부채 증가세 관리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시선은 다소 회의적이다. 이미 고강도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자산가격에 대한 상승 기대와 자금 수요 증가 속에서 민간부채는 증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올해 가계부채를 5~6%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며 규제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많은 상황에서 규제책이 대출 증가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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