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가시화에 韓 '검은 목요일'… "쇼크 한번 더 올 것"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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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8-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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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미 연준 홈페이지]


결국 끝이 보인다. 미국이 지난 3월 깜짝 선물처럼 발표한 무제한 양적완화(QE)의 종료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바로 '테이퍼링'이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위기에 빠졌던 세계 경제에 단비였다. 그동안 미국은 매달 총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했다. 국제 증시에는 훈풍이 불었다.
 
테이퍼링 실시 예고에 미국·한국 증시 동반 하락
18일(현지 시간)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에 따르면 양적완화를 종료하는 테이퍼링의 시행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분위기다.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경기부양 정책을 줄여야 한다는 게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의 의견이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도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 테이퍼링 종료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다. 이 발언으로 테이퍼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즉각 미국 증시에 퍼졌다.

결국 이날 뉴욕증시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08% 떨어진 3만4960.69,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은 1.07% 내린 4400.27로 장을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0.89% 떨어진 1만4525.91로 마감했다.

뒤이어 열린 국내 증시도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1.10포인트(1.93%) 떨어진 3097.83으로 장을 마감했다. 4개월여 만에 3100선을 하회했다.
 
최근 코스피 '셀코리아'에 충격…엎친 데 덮칠까 우려
FOMC 의사록과 연준 총재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테이퍼링은 연내에 시작해 내년 연초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구체적으로 9월 중 테이퍼링 시행을 공식화한 뒤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테이퍼링은 4분기 유동성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그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셀코리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국내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에만 코스피시장에서 6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테이퍼링이 가시화되면 이달 들어 꾸준히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자산이 달러로 급속하게 쏠린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신흥국 금융시장 대부분이 외국인 자금 대량 이탈과 그에 따른 주가·채권 동반 하락, 환율 상승 등의 상황을 맞게 된다.
 
지레 겁먹는 게 더 큰 문제…'테이퍼 탠트럼' 조심해야
최근 주가 추이에 우려가 깊더라도 테이퍼링 실시로 정말 조심해야 할 문제는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이다.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과도해 투심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미국이 양적완화조치를 종료하고자 할 때마다 시장이 과민반응을 일으켰다.

지난 2013년에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했을 뿐인데 미국채 10년 금리가 1.61%를 저점으로 4개월 만에 3.0%까지 140bp 급등했다. 주변 국가에 주는 충격도 컸다. 신흥국의 통화·채권·주식이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일어났다.

국내 증시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코스피도 2000포인트를 깨고 내려가 한달 만에 220포인트 이상 급락했었다. 한국 국채 10년 금리도 2.7%에서 3.7%로 101bp 급등했다.
 

[그래픽=국제금융센터 제공] 

전문가 "오히려 기회로 삼아보라…국내 경제 탄탄해"
우려가 크지만 이를 충분히 대비하면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긴축 우려를 미리 선반영하는 등 학습효과가 생긴 데다가, 테이퍼 탠트럼을 겪어본 미국이 최대한 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테이퍼링을 실시하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테이퍼링이 국내 증시에 큰 충격을 줄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이를 위기로만 인식할 필요는 없다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양적완화는 영원할 수 없던 이벤트였다. 언젠가 끝이 나긴 한다. 이런 불확실성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호재로 보자는 관점도 있다. 주식시장은 오름세가 가장 좋겠지만, 오를지 내릴지 분명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2013년에도 테이퍼링을 실제 시행하기 전의 시장 상황이 가장 불안했다"며 "시장이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 자체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설명했다.

테이퍼링 등으로 한국 증시가 영향을 받더라도 너무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김 위원의 분석이다. 한국증시가 가진 펀더멘털이 견고하기 때문에 결국 맞을 매를 먼저 맞는 것이라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셀코리아에 나선다고 우리의 펀더멘털이 의심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테이퍼링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외국인의 차익실현욕구가 유동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는 한국이나 대만 등에서 실현된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알려진 악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재로서의 영향력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매도보다는 관망이 더 적절한 스탠스"라며 "그동안 가격이 비싸서 못 담았던 업종이나 종목들의 실적과 밸류에이션을 다시 한번 체크하면서 진입 준비를 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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