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도중 과다출혈이 발생한 권대희씨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원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최창훈 부장판사는 19일 오후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모 원장(52·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장씨는 선고 직후 법정에서 구속됐다.
최 부장판사는 "장씨 등의 업무상 과실로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 복학을 앞둔 20대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 결과가 발생했다"며 "이로 인한 유족들 고통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른바 공장형 수술을 하느라 (사고 후) 치료 행위 없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다"며 "의료법 위반 정도 매우 높다"고 꾸짖었다.
아울러 "피해자 어머니가 수술실 폐쇄회로(CC)TV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계자 행적을 분·초 단위까지 세밀하게 확인했다"며 "아들 사인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수년간의 처절하고 고된 행적이 느껴진다"고 했다. 권씨 어머니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장이 처벌 의사를 강력히 표한 점 등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동료 의사가 진료기록을 허위 작성한 것은 장씨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장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동료 의사 이모씨에겐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원, 의사 신모씨는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간호조무사 전모씨는 선고유예를 받았다.
장씨는 판결이 나온 뒤 "피해자 가족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은 백 번 말씀드려도 부족하지 않다"면서도 "제가 부양가족이 있어 도망갈 여지는 1%도 없다"며 법정구속은 부당하고 밝혔다.
권씨 유족도 불만을 터트렸다. 이 소장은 "법이 의사들에게 왜 관용을 베푸는지 모르겠다"면서 "판결이 납득이 안 간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고 말했다.
장씨를 향해서는 "5년 동안 (의료과실 혐의를) 아니라고 무시하다 판결 직전에 죄송하다고 하면 죄가 다 없어지나"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다시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당연히 항소하고,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달라고 요청하겠다"며 "죄명에 살인 치사가 안 들어간 데 문제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빨리 (국회를)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신사동 한 성형외과 원장인 장씨와 동료 의사들은 2016년 9월 당시 25세인 권씨를 수술하면서 대량 출혈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권씨는 수술실에 방치돼 뇌사 상태에 빠졌고,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9일 만에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병원 CCTV 영상과 의무기록지를 자체 확보한 뒤 의료진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관련자들 처벌을 요구해왔다. 이 사고는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권대희법'을 촉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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