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지수 하락에 제동을 걸어줄 이슈가 전무한 반면, 악재들만 연이어 터지면서 하락에도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감으로 외국인들이 빠르게 이탈 중인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발표를 시사하면서 부담감이 더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는 테이퍼링 이슈가 해소되기 전까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적극적인 주식 투자 역시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1.1포인트(1.93%) 하락한 3097.83으로 장을 마쳤다. 3100포인트를 하회한 건 4월 1일(3087.40포인트) 이후 4개월 만이다. 이날까지 외국인들은 지난 9일 이후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만 외국인들이 순매도한 금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증시 하락 배경은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가 가장 크다. 우선 외국계 증권사 CLSA와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언더퍼폼(비중 축소)으로 변경하며 반도체 관련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외국인들은 본격적인 조정구간으로 진입했던 지난 9일 이후 19일 현재까지 반도체 관련주인 SK하이닉스 주식을 1조7889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삼성전자우도 3741억원어치를 팔았다.
여기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나선 것도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7월 FOMC 의사록에서는 대부분 연준 위원들이 연내 테이퍼링을 실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제임스 불러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인플레이션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연준의 정책 대응 여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 1분기까지 테이퍼링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내년 4분기가 금리인상을 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주장했다.
환율도 증시하락의 변수로 작용 중이다. 외국인들의 순매도물량이 유입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20원(0.70%) 오른 1176.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이탈은 달러 표시 자산의 투자매력이 커지며 상대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으로 인한 외국인 순매도가 가격 조정의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8월 중 원‧달러 환율이 1142원에서 1177원까지 상승했고, 코스피에서 지난 9일부터 18일 현재까지 누적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10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준의 테이퍼링 조기 실행 가능성과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환율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들의 순매도를 통한 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 흐름은) 잭슨홀 미팅을 넘어 9월 FOMC 또는 11월 FOMC까지도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센터장은 공격적 투자는 지양하는 한편, 미국 주식 중 대형주를 위주로 투자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국내 증시가 겪고 있는 부진도 일시적”이라며도 “다만 4분기에는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제한된 범위의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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