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미·중 신냉전 선택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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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1-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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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지난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관세보복 전쟁을 벌였으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며 첨예한 각을 세웠다. 현재 바이든 정부도 중국통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공급망 확보를 명분으로 우방을 대상으로 중국 압박에 동참하도록 요청하고 있으며 쿼드에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과거 미·소 간의 냉전 대결에서 승리한 이후 군사 및 경제적 측면에서 줄곧 세계 초강대국의 위치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바짝 뒤쫓아오고 있고 4차산업의 핵심 IT 기술력까지 급속히 향상되고 있어, 미국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 노무라 증권 등은 “중국의 GDP가 오는 2028년경 미국을 추월할 것이다”라고 전망한다. 미국은 이런 상황을 인정하기 힘들다. 미·중 핑퐁외교를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미·중 관계를 개선하였을 당시 미국은 반세기 후 지금 중국의 맹렬한 기세를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중국은 글로벌 제조기지로 각광 받았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는 만족하지 않고,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등의 기술굴기 정책을 추진하면서 알리바바·텐센트 등 IT 기업들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의 목표는 미국을 뛰어넘어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와 ‘인터넷 실크로드’를 통해 제3세계 국가와 개발도상국들에게 사회주의 노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경쟁에서 미국 편에 서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국굴기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금년 초부터 반도체, 배터리 공급문제를 놓고 미·중 간 치열한 패권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생산공장 조업까지 중단된 사태가 발생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명분으로 중국을 제외한 기술동맹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이제 국가 간 기술동맹 문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2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으며, 4월 12일 백악관에서 삼성·TSMC 등 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참석한 화상회의에서 재차 강조하였다. 반면 중국도 지난 4월 3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중 협력관계를 역설하였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한국에 쿼드 동참을 손짓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열린 첫 번째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주요 이슈였다. 미국은 안보 중심의 한미동맹 가치를 기술동맹 차원으로 확대하기를 원한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이란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갈등이 일본, 대만, 한국 등에 영향을 미친다. 동북아 국가들은 안보는 물론 기술협력 등 경제 문제를 놓고도 미·중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서 있다. 일본은 이미 쿼드에 참가하여 미국과 함께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도 바이든 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확보에 협조하고 있다. 문 정부의 애매한 입장은 한반도 안보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중 간 패권경쟁은 지역 안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은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동맹관계를 선호하고 있으며,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방지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를 바란다. 반면 중국은 쿼드에 한국이 동참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으며, 한반도에서 한미동맹 관계가 느슨해지길 내심 기대한다. 동상이몽의 관계이다.

시진핑 주석의 대국굴기가 계속되는 한, 미·중 양국은 창과 방패의 싸움을 벌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동참요구도 거세진다. 지금까지 문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이 통할 수 있었지만, 향후 선택의 폭이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걱정스럽다. 정부가 분명한 태도를 정해야 할 시점이 목전에 와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외면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은 향후 중국과의 관계설정 문제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측면에서 한중관계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의 차이점은 이렇다. 최근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IT 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를 늘리고 있어 글로벌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한다.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세계 경제 기여도는 여전히 크다.

잠시 한반도 상황을 보자.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고,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과 중국이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또다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한미연합훈련이 필요 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서 대북억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한 실정이다. 경제발전도 튼튼한 안보 환경 속에서만 가능하다.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가 초래한 참담한 결과를 생생하게 보고 있다. 가슴 아프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인권을 위해 세계 경찰을 자임했던 미국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에 대해 ‘국익 우선’ 발언을 하여 동맹국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말미암아 중국이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동북아지역과 한반도 안보를 위해서 한미동맹은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은 확고한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향후 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될 것은 분명하다. 미·중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대한민국을 번영시키고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묘책을 찾아야 한다. 선택의 잣대는 자유민주주의 가치, 자본주의 시장경제, 국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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