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을 내치고 모택동을 다시 내세운 중국경제, 왜?
시진핑 주석의 국정 어젠다인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은 2020년 코로나 발생으로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인 중국인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치구호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중국당국은 '중국경제의 설계사'로 불리는 등소평을 뒤로 밀고, '다 같이 잘살자'는 모택동을 다시 앞으로 끌어냈다.
2020년 10월 16일 19대 5중전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공동부유론'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선포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등소평의 '선부론'에서 선회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정치인 시진핑의 업적과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미·중 무역전쟁의 3가지가 묘하게 타이밍이 맞물려 있다.
지난 9년간의 통치에서 '정치인 시진핑'의 최대 업적은 절대빈곤을 없앤 소강사회 건설이었다. 2021년 3월 전인대에서 중국은 2013년 시진핑 집권 초기 9988만명에 달했던 절대빈곤 인구를 2020년에 0으로 만들었다고 선포했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로 K자 경기회복 패턴이 나타나면서 이것이 다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회 전체 실업률은 5%대지만 16~24세 청년실업률이 15%대로 올라섰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갓 졸업한 이들의 실업은 장난이 아니다.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해야 하는 시진핑 주석의 정치업적 홍보에서 20대들의 냉소를 받기 딱 십상인 상황에 부닥쳤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지만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방역정책을 쓴 덕분에 가장 먼저 코로나19를 안정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역을 폐쇄해 버리는 초강수 덕분에 방역은 성공했지만 주민의 이동제한으로 내수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다. 또한 코로나19가 만든 K자 경기회복이 빈부격차를 더 확대시켰다.
미·중의 무역전쟁에서 더 이상 수출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 중국은 경제를 내수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쌍순환경제'란 구호를 내걸었지만 본질은 미·중의 무역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수중심 성장을 하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중심에 서 있는 내수가 코로나 방역과 소득불균형의 심화로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부의 불평등이 확대되면 사회의 소비능력은 떨어진다. 연간 4000위안 수준의 소비능력을 가진 절대빈곤 인구를 겨우 줄였는데, 코로나19로 절대빈곤이 다시 생겼다. 반면, 주식시장과 자산시장의 버블 그리고 언택 경제에 힘입은 고소득계층의 부는 더 커져 버렸다.
중국 당국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슬그머니 바꾸고 강한 정책시행을 시작했다. 내수확대의 핵심은 소비 진작이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득 증가와 분배 조정이다. 중국 정부는 첫째 '공동부유'라는 어젠다 만들기, 둘째 분배구조 조정, 셋째 고부가가치 창출과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신성장산업 만들기에 들어갔다
중국 플랫폼기업 투자자들을 개미지옥으로 몰아넣은 '공부론'
중국정부는 미국과 홍콩의 중국 플랫폼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멘붕에 빠지게 만들었다. 2020년 11월 중국 금융당국은 공모자금 모집까지 끝낸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핀테크회사 앤트파이낸셜(개미금융·蚂蚁金服) IPO를 중지시킨 것을 시작으로 2021년 4월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플랫폼기업을 공개 소환·조사를 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거액의 벌과금을 물렸다.
7월에는 미국상장을 한 지 사흘 만에 중국 최대의 공유자동차업체인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해 네트워크보안법 위반조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중국 최대의 딜리버리 플랫폼인 메이퇀은 노동자 보호 미흡으로, 중국 최대의 온라인 교육플랫폼인 신둥팡은 사교육 금지조치로 제재에 들어갔다. 미국에 상장된 중국 플랫폼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주가 폭락으로 멘붕에 빠졌다.
중국 정부는 정말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게임, 모빌리티회사로 부상한 중국 플랫폼기업을 죽이는 자살골을 넣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일련의 조치는 시진핑의 신(新)'공부론'과 내수시장 육성과 상관성이 깊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은 내수 확대를 통해 가능하다. 내수 확대의 필수는 중산층을 확대하고, 과도한 마진을 취하거나 진입장벽을 쌓는 산업이나 업종을 없애야 한다. 인터넷사업의 특성은 1등이 다 먹는 승자독식 구조다. 그간 중국 인터넷 플랫폼기업은 정부의 '인터넷 플러스(+)' 정책의 최대 수혜자였다.
16억5000만명 가입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모바일 플랫폼으로 부상한 중국은 규제샌드박스 덕택에 무한대로 확장하고 떼돈을 번 플랫폼기업들에 이젠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얘기다. 그래서 플랫폼기업에 대한 규제샌드박스는 접고 교통경찰이 나선 것이다.
'공부론' 실현 위한 육성산업에 큰 투자기회 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 중국에서는 새는 새장 안에 있어야지 새장 밖으로 나가는 새는 없어야 한다. 그리고 새장보다 더 큰 새도 있어서는 안 된다. 새를 바꾸든지, 새장을 키우든지 둘 중 하나다. 새장 밖으로 나가려던 중국 플랫폼기업들의 봄날은 갔다.
금융시장 개방과 인터넷시장의 개방이 미·중 전쟁으로 종착역이다. 결국은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약자인 중국은 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 세계 최강인 미국기업에 다 털릴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중국 플랫폼기업에 먼저 반독점범, 네트워크보안법, 데이터보안법을 적용해 보는 것이다.
중국기업에 먼저 적용해 면역성을 키우는 것이고, 시장 개방으로 미국기업이 들어왔을 때 미국기업에도 반독점범, 네트워크보안법, 데이터보안법의 굴레를 씌우면 한방에 잡아 버릴 수 있다. 중국의 플랫폼기업 제재는 알 낳는 암탉을 잡아먹는 자살골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진짜 이유는 바로 미·중 기술전쟁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다.
중국이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 플랫폼산업처럼 제재하는 산업이 있는 반면, 육성하는 산업이 있고 여기에 큰 투자기회가 있다. 첫째, 소득증가와 고용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업그레이드에 필수적이고 미국의 기술로 목 조르기에서 탈피할 첨단기술산업이다. 반도체, 배터리, 첨단소재 같은 업종이다. 둘째, 소득격차와 불평등을 줄이는 산업이다. 도농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농기계, 종자산업, 농업유통산업이다.
셋째, 국가 안전과 관련된 보안, 방산, 우주항공 같은 산업이다. 넷째, 탄소중립과 환경보호 관련 저탄소 녹색산업으로 전기차, 수소차, 환경처리산업 등이다. 플랫폼기업의 주가 대폭락에도 이런 업종의 주가는 강한 상승세를 지속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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