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테이퍼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이달 초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발표되면서다. 미국 노동부는 비농업 부문 고용이 94만3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10만명 가까이 웃도는 것이었다. 6월 고용도 85만 명 증가에서 93만8000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고용은 연준이 양적완화정책을 유지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열쇠로 꼽혔다. 때문에 고용의 개선은 이제 연준이 사들이는 자산의 매입 규모를 줄여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신규 실업청구 건수도 줄어들면서, 이같은 주장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델타변이 확산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델타변이 본격화 이후 미국과 주요국 거시지표 둔화세가 현저해졌다고 지적했다.
일단 7월 미국의 소매 판매가 줄어들었다. 지난 17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7월 미국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계절 조정을 거쳐 1.1% 줄었다. 시장 예상치인 0.3%보다 감소폭이 훨씬 큰 것이다.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가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뿐만아니라 뉴욕, 필라델피아 등 지역 연은들의 제조업 지수들이 잇달아 예상치를 하회했다.
중국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통제를 위해 일부 여행 및 출장을 막고 있다. 일부 항공편과 열차 운행이 취소하는 등의 조치로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코로나19 확산 뒤 풀린 대규모 유동성 자금으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서는 기업실적, 경제활동재개, 재정·통화 부양책 등에 초점을 맞추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장은 이제 테이퍼링, 바이러스 재확산 및 공급망 병목, 중국경기둔화에 집중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예상치와 실제치 간 괴리를 측정하는 씨티 서프라이즈 인덱스는 최근 미국과 G10 국가 모두, 팬데믹 이후 가장 빠르게 하락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다. 이는 결국 예상보다 경제회복이 느리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5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씨티 서프라이즈 인덱스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시선을 점점 부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발트해 건조지수가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델타 바이러스 우려 심화, 공급망 압력 악화, 화물 요율 급상승 등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기업 규제 강화와 아프가니스탄 지정학적 위험 증가로 더욱 악화되었다.
이에 미국 달러화 강세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 지수(DXY)가 202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이번 주말 잭슨홀 미팅에서 연설을 한다. 테이퍼링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시장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투명한 보건 상황 속에서 모호한 태도를 연출할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나온 것처럼 빠른 테이퍼링보다는 좀더 신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가 경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빠른 테이퍼링을 요청한 의견을 조정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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