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소방관이 경기소방재난본부 게시판에 익명으로 '화재 현장에 정치인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쓴 글을 두고 찬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경기 이천시 쿠팡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방문하지 않은 것을 옹호했다는 지적이다.
23일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소방직 익명게시판에 '재난 현장에 정치인들이 방문하는 게 현장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금 언론에서 도지사님이 쿠팡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방문하지 않을 것에 대해 비판이 많은데, 저는 반대로 생각한다"며 "정치인들이 방문하면 의전을 비롯해 사진 촬영 등으로 직원들이 현장활동을 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단장·서장·본부장 등 현장을 잘 아는 직원들이 많이 있다고도 했다.
이어 "지난 6월 광주광역시 철거건물 붕괴사고 때에도 정치인들이 방문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갑질로 언론에 보도된 걸 본 적이 있다"며 "정치인들은 불필요한 재난현장 방문보다 직원들 사고 때 처우를 어떻게 해줄 것인지 고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저도 쿠팡 화재 현장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직원 순직사고에 트라우마를 갖고 생활하고 있는데, 언론에서 또 쿠팡 얘기가 나오니 떠올리기 싫은 현장이 생각난다"며 "제발 정치인들의 재난현장 방문을 최소화해 주시고, 소방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적었다.
이 글을 본 소방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현장에 대한 고충은 이해하지만, 이 지사를 언급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국회의원이 현장에 오는 게 소방정책 입안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도 있다. 국회의원이 현장을 찾는 진짜 이유는 '방송 노출'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이 지사는 쿠팡물류센터 화재 발생 당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와 먹방 유튜브를 찍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지사가 화재 현장을 방문한 건 다음 날 오전 1시 30분께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 비판이 잇따르자 이 지사는 지난 21일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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