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최근 충청권 지방은행에 대한 대선공약 반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선을 6개월여 남겨두고 지역 연고 은행 설립을 대선주자들의 주요 의제로 포함시켜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양 지사는 “지역 내 자금을 효과적으로 조달해 지역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금융활동을 지원하고 중소기업 육성에 앞장설 은행이 절실하다”며 지방은행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충남도를 중심으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연구지원단’ 발족식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15명의 전문가들이 연말까지 범충청권에 적합한 지방은행 설립 모델을 구축·제시하는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또 올 상반기에는 금융당국과 면담을 통해 지방은행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지역을 거점으로 한 지방은행은 전국 6곳(부산·대구·광주·전북·경남·제주)이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은행이 없는 광역자치단체는 충청도와 강원도 등 2곳에 불과하다. 지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충청지역에 2개의 지방은행(충청은행, 충북은행)이 있었으나 충청은행은 IMF 금융위기 직후 부실은행으로 지목돼 1998년 하나은행에 흡수 합병됐고, 충북은행 역시 1년 뒤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 합병됐다.
충청권에서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축과 금융불모지 탈피를 위해 지방은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지방은행이 없다보니 자금의 역외 유출 속 지역기업 및 가계 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쉽지 않은 데다 이용자들의 금융접근성도 떨어진다는 것. 충남도가 최근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시도민 1000명(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8.4%가 ‘지방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지방은행 설립과 관련해 충남도가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일단 분위기는 형성됐으나 실제 은행 설립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당장 문제는 가뜩이나 금융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방은행 설립을 통한 차별화나 수익성 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다. 기존 지방은행들 역시 지역경제 침체, 여기에 시중은행과 빅테크, 인터넷전문은행 공세 등으로 금융권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새 수익원 발굴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은행 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 또한 지방은행 추가 설립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대선 이후로도 이 같은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관심과 추진동력이 지속될지 여부, 여기에 은행 설립 세부논의 과정에서 유관 지자체들의 의견 합치 여부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9년 전인 지난 2012년에도 충청지역 내에서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이 일었으나 당시 은행 설립방식 등을 둘러싸고 지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전력이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타 지방은행들 역시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보니 수도권 등 타 지역 진출, 디지털금융 경쟁력 강화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돌파구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데 추가 지방은행 설립이 왜 필요하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등 기존 은행과의 차별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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