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7개월 넘게 코로나 전담 치료를 위해 사력을 다해왔던 전국 8만여명의 보건의료인들이 폭발 직전이다.
제대로 된 임금과 보상, 인력보강, 휴식 등의 처우 개선이 지지부진하다 보니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호소하는 의료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참다 못한 이들은 전국 136개 의료기관, 124개 지부로 구성된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다음 달 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에 속한 의료진만 5만6000여명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노조 요구에 대해 동의를 표하고는 있지만 재정 당국과 국회 등의 핑계를 대며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보건의료인력의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규칙적인 교대근무제 시행 △의료기관 비정규직 고용 제한 △의사인력 확충 및 공공의대 설립 △코로나19 치료병원 인력 기준 마련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등의 공공의료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월부터 대정부 교섭, 산별중앙교섭 등을 진행해 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했고, 15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쟁의조정신청 후 지난 23일 처음으로 열린 정부와 노조의 교섭에는 보건의료노조 송금희 사무처장 등 교섭단이, 복지부에서는 박향 공공보건정책관과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참여해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하고 논의를 진전시키지는 못했다. 노조 측은 복지부가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다만 양측은 26일 다시 협상을 벌여 접점을 찾기로 했다.
노조 측은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도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3일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면담을 갖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면담에서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공공의료,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수십 번 이야기했지만 누구도 우리 요구를 해결해 주지 않아 행동으로 나서게 됐다”고 호소했다.
노조 요구의 핵심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보건의료인에게 최소한의 보상이 주어지고 공공의료가 확충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의료계 안팎과 복지부,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의 요구에 따라 당장 개선책을 만들기에는 예산투입 등의 문제가 있어 예산 반영이 바로 성사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의료가 아닌 민간병원급의 경우 사용자 등이 비용문제를 이유로 즉각적인 대책마련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 측도 다수의 기자회견을 통해 “총파업이 현실화되기 전 보건복지부와 노정 교섭을 꾸준히 진행해 합의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강조해 왔다.
공공보건정책관인 박향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잇단 브리핑을 통해 “공공의료 확충 등의 인력 기준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며 “인력 수급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파업이 진행되지 않도록 노조와 함께 협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코로나 의료인력의 70%가 감염병에 따른 우울증 증세인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확진자와 가족, 자영업자 등 직접 피해를 입는 국민들도 상당하지만 코로나 의료인력의 고통 역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보건의료인들의 총파업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전체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대규모 감염 등의 위험이 있는 총파업을 강행하기보다 정부·정치권과의 협상 및 언론 등을 통한 협상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지난 19일부터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장원석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와 정치권, 무엇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의료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정책전환 및 재정지원이 절실하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9월 총파업 투쟁을 통해 관철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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