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길어지는 재택근무... 노사는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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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08-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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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팬데믹 따라 재택근무 기간도 2년 넘어설 듯

  • 근로자는 만족하는 재택근무... 회사는 인력 유출 걱정

  • 한국도 재택근무 평가 엇갈려 "협의로 환경 개선해야"

코로나 팬데믹 동안 활성화된 재택근무 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길어지고 있다. 기업은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재택근무를 적극 활용 중이고 근로자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코로나가 종식 후 재택근무 도입에 대해서는 노사가 동상이몽에 빠진 모양새다.
 
길어지는 재택근무... 코로나 종식 후에는 '글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 기업이 재택근무 체제 적용 기간을 2년 이상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 펜데믹으로 시작된 재택근무 체제를 2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델타 등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WSJ은 “재택근무 종료 시점이 계속 연기가 되고 있다. 애플은 미국 사무실 출근 계획을 내년 1월까지로 연기한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IT기업도 내년 초로 미룬 상태다”라고 전했다.

이 외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리프트는 본사 사무실 문을 닫은 지 23개월째인 내년 2월로 사무실 출근을 연기했다. 사무실 출근을 재개 시점을 당초 9월로 예정했던 금융권도 늦가을로 미루고 추가 연기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기업과 근로자는 팬데믹 동안 시행된 재택근무에 대해 모두 만족감을 표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발표한 조사 결과 '재택근무는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기업은 지난해 6월 73%에서 올해 1월 83%로 늘었다.

근로자는 만족을 넘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분위기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의뢰해 세계 29개국 근로자 1만2500명을 상대로 지난 5∼6월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64%가 “팬데믹 제한조치가 해제된 후에도 사무실 출근에 대해 유연성이 부여돼야 한다”에 동의했다.

일부 근로자는 회사가 사무실 근무를 요구하면 재택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회사로 이직할 의사까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30%는 고용주가 전면적인 사무실 근무를 바란다면 이직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65%는 재택근무를 포함한 유연한 근무환경에서 생산성이 더 높았다고 답했다.

이미 기업이 근로자를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미국 업계는 인력 유출을 한 차례 겪기도 했다. 지난 4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퇴직자 수는 약 40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퇴직률은 2.7%로 집계됐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일시적 문제라면 직원들이 옛날 방식으로 금방 돌아오겠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다. 완전히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롭 팔존 푸르덴셜 파이낸셜 부회장은 “개인이 문화적 관점에서 조직과 단절되면 다른 회사로 이동하는 결정을 내리기 더 쉬워질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이는 재택근무 시 매일 사무실에서 동료를 만날 때만큼 연대감이나 소속감이 흐려져 이직을 더 쉽게 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도 재택근무 장기화... 효율 두고는 반응 엇갈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에도 코로나 확산세가 ‘4차 대유행’까지 이어지면서 재택근무 시행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1년 6개월 넘게 장려된 재택근무에 대해서는 직급마다 다른 평가가 나왔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재택근무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재택근무 경험자는 2016년 7.5%에서 지난해 21.8%, 올해 상반기 32.7로 증가세를 보였다.

재택근무 만족도는 연령·직급과 반비례했다. 재택근무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0대가 86.6%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83.1%), 40대(82.1%), 50대(79.5%) 순이다. 직급별로는 평사원(87.2%), 대리급(85.1%), 과장·차장급(83.9%), 팀장·부장급(75%) 순으로 직급이 낮을수록 재택근무 만족도가 높았다.

엠브레인은 “재택근무 만족감이 큰 젊은 층에서 오히려 재택근무가 지속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적었다. 자신들의 바람과 달리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의 전면적인 도입을 가급적 피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재택근무는 집에서 쉬엄쉬엄 일한다는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코로나가 끝나도 재택근무 도입을 두고 노사간 견해 차이를 좁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국 같은 사회는 일자리를 워라밸 등 자기중심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코로나 상황 속에서 재택근무를 경험한 것이 직장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다. 반면, 한국은 비대면 직장이 대부분 좋은 직장으로 평가받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봤을 때 취업난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수직 문화 속에서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지시를 받는 전통이 많다. (회사는) 비대면인 경우 이런 문화에 제한이 있어서 대면을 선호할 수 있다. 반면 근로자는 거부감이 클 수도 있다. 비대면으로 근무를 해도 회사가 충분히 업무 관리에 문제가 없다면 개인 여건에 따라 재택근무를 허용하도록 노사가 협의할 필요가 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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