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운행종료 후 남아 있는 원생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면 차량 운전기사보다 유치원 교사들의 보호·감독 의무 위반 책임이 더 크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12단독(정혜원 판사)은 A보험회사가 B유치원 원장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9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통학버스 운전기사 C씨의 과실을 30%, 유치원 교사 두 명과 원장의 과실을 70%로 산정했다.
2016년 7월 29일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B유치원 운전기사 C씨와 교사 D씨는 어린이들을 통학버스에 태우고 오전 9시경 유치원에 도착했다. 이들은 유치원에 도착한 이후 차량 안에 남겨진 원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문을 잠그고 통학버스 운행을 종료했다.
당시 광주 지역 낮 기온은 33도에 이르렀고, 차량 안에 방치된 E군은 과도한 열노출로 인해 열사병과 무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됐다.
이로 인해 2018년 신체감정 결과 E군은 보행이 불가능하고, 식사·개인 위생 등 다인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한 상태라는 판단을 받았다.
E군의 부모는 같은 해 통학버스와 계약을 체결한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화해권고 결정에 따라 치료비 등을 포함해 총 14억원가량을 지급받았다.
이후 A사는 "원생들이 모두 하차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운전기사와 유치원 선생들이 관리·감독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책임이 있다"며 9억7000여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당시 생후 3년 7개월 남짓 되어 책임능력은 물론 의사능력도 없는 아동을 통학차량에 방치했다"며 "사고는 운전기사와 유치원 선생이 아동에 대한 보호·감독의무 위반 과실이 경합해 발생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운전기사의 과실보다 승·하차 지도와 출석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유치원 쪽의 책임을 더 크게 봤다.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운전기사와 유치원 교사들, 피고가 약 7시간 넘도록 E군의 등원여부 및 소재파악을 하지 않은 점 등을 두루 판단할 때 이 사건 사고는 단순 자동차 사고나 운행사고라고 보기는 어렵고, 교육사고로서의 측면이 훨씬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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