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정정 요구로 상장 일정이 연기된 카카오페이가 10월 상장을 목표로 다음 주 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다. 일정 연기의 주된 요인으로 꼽혔던 기업가치와 관련해선 소폭의 공모가 범위 하향 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와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9월 첫째 주를 목표로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협의를 벌이고 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2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7월 29~30일 수요예측을 거쳐 이달 초 상장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의 불분명함을 이유로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상장 일정이 연기됐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가 신고서 제출과 함께 불거진 고평가 논란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격에 대한 직접적인 거론은 없었지만 기업가치 산정 논리에 대한 보충 근거를 요구했다면 주관사나 발행사 측에서는 하향 조정 압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의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 이후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정정한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의 경우 각각 30%, 10% 선에서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두 회사 모두 기업가치 산출을 위해 선정한 유사기업을 대거 변경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해외 대형 진단키트 기업에 더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을 추가했고, 크래프톤은 월트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 해외 콘텐츠 관련 기업을 제외하고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사를 포함시켰다.
이들 기업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와 주관사 측에서도 밸류에이션 하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신고서에서 제시한 범위에서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이미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한 차례 공모가 범위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요구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공모가를 낮추더라도 조정이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 측에서도 발행사와 협의를 거치며 공모 가격에 대해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기존 유사 기업들의 변경이나 높은 수준의 가격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도 소폭 조정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비교 기업군에 같은 회사를 선정하고,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등 비슷한 측면이 많다. 카카오뱅크 역시 상장 전후로 기존 금융지주사와의 비교 등을 통해 고평가 논란을 빚었지만, 상장 당일 공모가보다 38%가량 높은 5만37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6만9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재도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8만원 초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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