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를 보면 금융당국의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에는 일견 합당한 측면이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의 경우 희망 공모가 범위를 조정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당초 제시했던 수준에서 수요예측과 청약을 진행했다면 공모주 투자자들 상당수가 현재보다 더 큰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업의 기업가치 산정 논리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비단 대형 공모주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정정 신고서 제출 요구가 없던 경우라도 가격 산정에 의문이 드는 기업들 상당수가 자진 정정의 형태로 증권신고서를 새로 제출했다. 특히 현재 적자를 기록 중이나 특례상장제도를 활용해 증시에 입성하려는 기업들의 경우 미래 실적의 추정 부분에서 걸리는 요인들이 많다는 평가다. 투자자 보호를 기치로 내건 금감원 입장에선 신고서 검토 단계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공모주 시장이 과열 양상을 이어가며 수요예측 제도가 사실상 기능을 잃어버린 것 역시 금감원의 개입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만 해도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여럿 있었지만, 올해 들어선 대부분의 공모주들이 수요예측 흥행과 함께 희망 범위 상단 이상에 가격을 확정해 증시에 입성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물량 배정을 위해 경쟁적으로 공모가를 제시하다 보니 가격 발견 기능이 마비됐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온다.
IPO 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 문제가 논란으로 부상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해답 역시 과거 논란을 통해 윤곽이 나왔다. 공모주의 경우 시장의 판단을 아직 거치지 않은 만큼 기관 투자자 등이 참여하는 수요예측을 통해 1차적으로 공모가를 정하고, 금융당국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2007년 자본시장법 제정, 자본시장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기업공개(IPO) 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올해 IPO 제도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수요예측제도의 가격 발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주관사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이 '창구 지도' 이전에 시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제도 개선을 서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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