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CEO징계? 근거 없다”…금감원 무리한 법해석·CEO 징계 ‘역풍’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이날 손 회장이 금감원의 중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 “(금감원의) 제재사유 5건 중 4건은 무효”라며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1가지 사유 한도에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태는 작년 2월 금감원이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로 DLF 불완전판매 사태가 야기됐다는 판단에서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중징계)’를 부과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당시 금감원은 손 회장 중징계에 대한 근거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들었다. 이 법안 24조는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당사자를 CEO로 본 것이다.
결국 금감원의 ‘CEO 제재’ 당위성이 법원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금융당국 위상은 또한번 추락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DLF와 사모펀드 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 원인과 책임이 금융회사 CEO에 있다는 주장이 인정받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이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 부실 감독과 금융위원회의 설익은 규제 완화로 귀결될 여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금융회사 CEO들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에도 직면하게 됐다. 실제로 금감원은 감사원으로부터 사모펀드 손실 사태와 관련해 상시감시 업무를 태만히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 결과를 계기로 아직 끝나지 않은 라임·옵티머스 펀드 관련 징계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 금감원 “결정된 것 없다”지만…내부통제 제재방향 검토 등 변화기조 뚜렷
이번 행정소송은 1심인 만큼 판결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향후 금감원에서 진행될 제재심과 징계 수위를 둘러싼 금융당국 안팎의 변화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DLF 제재’ 소송 1심 직후인 이날 오후 당혹감 속 현안 관련 긴급 질의응답을 갖고 향후 일정 등 입장을 밝혔다. 박지선 금감원 공보국장은 “아직 판결문 입수 전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으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판단기준 등 세부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후 금융위와 협의해 조속히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특히 이번 판결 결과에 대해 내부통제제도 운영상황에 대해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향후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은데 따른 제재 방향을 정하고 앞으로 진행될 사모펀드 관련 제재 안건의 방향성과 DLF 제재에 대한 재심 여부 등 처리방향도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진행 중인 하나은행 제재심에 대해서는 “제재심에 참석하는 위원들의 판단을 감안해 처리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은 다만 "정은보 신임 원장 취임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사전적 감독을 통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사후적 제재로 균형감 있게 내부통제제도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우리금융과 금감원 간 행정소송 결과를 근거로 금융회사에 대한 당국 징계가 과도하지 않느냐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대해 “이번 징계 취소판결에 대한 제도 개선방안을 살펴보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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