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편의 앞세워 이용자 모으더니 “돈 내라” 돌변... 플랫폼 경제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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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1-08-3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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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앱마켓 일방적으로 수수료 인상에 '구글 갑질 방지법'

  • 무료 제공하던 교육,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 유료화

  • 카카오, 배민도 이용자 확보 후 요금 변경하려다 뭇매

  • 미국도 빅테크 겨냥 법안 속속 도입...EU도 규제 제정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연합]
 

최근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법안이 있다. 바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구글과 애플 같은 앱마켓 기업으로 하여금 수수료(30%)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앱결제 시스템 강요를 금지하고, 부당하게 앱 심사를 지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구글이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인앱결제를 오는 10월부터 모든 앱에 적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이후에 마련된 법안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의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은 66.5%에 달하는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구글은 그동안 애플보다 개방적인 모바일 생태계를 앞세워 이용자와 입점 업체를 끌어모았다. 대표적인 예가 결제 방식의 다양화다. 애플은 모든 입점사에 수수료가 30%에 달하는 인앱결제를 처음부터 강제한 반면, 구글은 신용카드, 계좌이체, 휴대폰 결제 같은 다양한 결제 방식을 허용했다. 이 같은 결제 수단은 수수료가 1.4~6% 수준으로, 인앱결제보다 저렴해 소비자에게도 유익했다.

예를 들어, 네이버웹툰에서 유료 작품을 보는 데 사용하는 가상 재화인 ‘네이버 쿠키’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120원인 반면, 구글플레이에선 개당 100원이다. 낮은 수수료를 앞세워 점유율을 높인 구글이 애플처럼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하자, 국내 인터넷기업, 스타트업들은 “본색을 드러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앱마켓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갑질’을 당한 입점사들도 많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앱 사업자 가운데 37.8%가 앱 등록거부, 심사지연, 삭제를 경험했다.

무료, 편의성을 앞세운 플랫폼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유료화하거나 정책을 변경하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플랫폼 사업 특성상, 소수의 승자가 시장을 독차지하기 때문에 ‘독점’, ‘횡포’ 같은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구글은 지난 6월 대학 등 주요 기관에 무료로 제공하던 클라우드 서비스 ‘구글 워크스페이스 포 에듀케이션’을 내년 7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교육기관용 구글 워크스페이스는 저장용량에 제한이 없어 그동안 서울대뿐만 아니라 고려대, 경희대 등 국내 주요 대학들이 2019년부터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도입해 사용해왔다. 이미 구글의 무료 서비스에 길들여진 대학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구글은 이용자의 사진, 영상을 보관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 ‘구글 포토’도 지난 6월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다. 구글 포토 또한 ‘무제한 저장공간’을 앞세워 이용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은 서비스다.
 

카카오T 택시 이미지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제공]
 

국내 플랫폼 기업도 일방적인 유료화에 나서려다 이용자들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 호출요금과 전기 자전거 대여 서비스의 요금을 인상하려다 철회하거나 일부 재조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스마트폰 앱으로 손쉽게 택시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로 주목받으면서 2800만명(2020년 기준)의 가입자를 모았다.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은 80% 이상이다. 지난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려다가 자영업자와 이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철회했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시장에서 노력한 만큼의 지배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이들의 정책 변경이 불러올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의 독과점 문제로 골치 아픈 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도 마찬가지다. 시장 독점 현상이 심화되면 결국 최종 소비자인 서비스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의 안방인 미국은 그동안 규제에 소홀했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소수 플랫폼에 산업이 집중되고,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문제를 바로잡는 ‘미국 경제의 경쟁 촉진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독과점을 바로잡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입법 방향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도 빅테크 규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1일, 미국 연방 상원 양당 의원들은 ‘오픈 앱 시장법’을 발의했다. 앱마켓 기업이 인앱결제를 강제 적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구글 갑질 방지법과 유사하다. 이용자 5000만명이 넘는 앱마켓 서비스 기업이 규제 대상이다.

연방 하원 양당 의원들도 지난 6월 플랫폼 기업의 독점 규제를 위한 법안 5개를 한꺼번에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하원 사법위원회 산하의 반독점소위원회가 지난해 10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4개사의 시장지배력과 남용 여부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후 발의됐다. 이 중 가장 강력한 법안으로 평가받는 ‘플랫폼 독점종식법’은 플랫폼 운영과 이해관계에 있는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예를 들어,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팔지 못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5개 법안은 잠재적인 경쟁자를 인수하지 못하도록 하고, 데이터 독과점을 막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반독점에 가장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디지털시장법’을 내놨다. 최근 3년간 연매출액 65억 유로(약 8조9500억원) 이상이거나 월 이용자 수가 4500만명을 초과하는 기업을 ‘핵심 플랫폼서비스 제공자’로 지정하고, 데이터 이용 제한과 같은 의무가 부과된다. EU는 같은 달, 플랫폼 기업이 추천 알고리즘과 광고, 데이터 접근성과 관련한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하는 의무를 담은 ‘디지털서비스법’도 제안했다.

EU는 최근 아마존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역대 최대 규모인 7억4600만 유로(약 1조20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EU로부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현재까지 총 82억5000만 유로(약 11조2822억원)라는 대규모의 과징금을 받았다. 
 

유럽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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