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베꼈다는 혐의를 받는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에 대한 공판에서 법원이 삼덕 측의 증거 채택 불가 입장을 일축했다. 앞서 법원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교보생명이 검찰에 임의 제출한 의견서가 검찰의 강압으로 진행됐다는 주장을 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또 삼덕 소속 회계사는 교보생명 기업평가 시 안진의 자료를 그대로 활용했다고 일부 시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부장판사 양환승)은 31일 열린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들 간의 교보생명 주식 풋옵션 가액을 둘러싼 분쟁과 관련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삼덕 측의 증거 채택 위법 논란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앞서 삼덕 측은 신 회장과 교보생명이 검찰에 제출한 임의 의견서 등이 강압에 의한 허위 제출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덕 측은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중재재판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한 것은 비밀유지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은 "신 회장과 FI 간 계약 체결 시 합의된 비밀유지 원칙에는 예외조항이 있다"며 "대표적인 예외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부기관의 필요시라고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 역시 "이번 재판의 핵심은 삼덕 회계사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소지 여부"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의 효력을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삼덕 회계사는 안진의 교보생명 가치평가 보고서를 상당부분 활용했다고 시인했다. 피고인 A는 재판부의 "안진으로부터 제공받은 보고서 두개를 합철한 것이 사실관계와 부합하냐"는 질문에 "일부는 사실은 맞다"고 답했다.
또 피고인 A는 "재판부가 "교보생명에 가치평가를 위한 자료를 요구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계약 당사자인 어펄마캐피탈에 자료제공을 요청했고, 교보생명에 요청하거나 직접 받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가치평가할 때 대상 기업으로부터 자료를 제공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한 어펄마캐피탈이 제공할 수 있는 자료가 기업의 가치평가를 하는 데 제한적이지 않냐"고 되묻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삼덕 측의 경우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무력화하기 위해 위법성을 강조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며 "교보생명의 자료요청 없이 삼덕 회계사가 작성한 보고서가 사실상 안진의 보고서를 활용한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보생명의 기업가치 평가 조작으로 현재까지 검찰에 기소된 인원은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와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명,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 관계자 2명 등 6명에 이른다. 소재 불분명에 따라 기소 중지된 베어링 PE 관계자 1명까지 합하면 총 7명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삼덕 소속 회계사 A씨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은 오는 10월 12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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