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최신형 정치부장, 정리=노경조 기자] 기세가 꺾일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계속 기승을 부리면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말 취임 이후 여전히 숨 가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행정과 안전을 두루 살피며 연내 설정한 목표도 하나둘 달성 중이다.
전 장관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함께하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의 성공적인 첫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음 달까지 종합 지원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행안부에 대한 애정도 묻어났다. 그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인지를 물으며 국민비서(일명 '구삐')를 활용해 자격 여부를 확인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자치분권 2.0 후속 입법조치 9월 중 마무리
-지난해 12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아 약 8개월간 직을 수행했다. 그간 소회가 궁금하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중앙부처도 애쓰지만 지방자치단체가 노력해 함께 호흡하고자 했다. 폭우 등 재난 상황에도 잘 대응했다. 한편으로 행안부 과업인 재정·자치분권 등에서도 큰 성과가 있었다. 자치분권 2.0을 명명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지방자치법이 32년 만에 개정된 의미도 살리고 실질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자 싶어 명명했다. 재정분권은 내년도 예산안에 2단계 관련 내용을 담았다. 국회 입법 등 절차가 남았는데, 9월 안에 마무리하고자 한다. 국세와 지방세 비중이 목표치인 7대3에는 못 미치지만, 지방재정 자율성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은 성과가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다. 자치분권 2.0 시대를 맞았는데, 1.0과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일을 하되 단체장 중심이 아닌 주민 중심으로 하자는 데 차이가 있다. 주민 의사와 뜻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고 권한을 줘야 한다. 그래야 자율권이 신장되고, 지방의회가 주민 의사를 받아서 일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진다. 이와 관련해 '지방자치법 시행령 전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또한 지자체장을 다양화할 수도 있다. 시장·군수·구청장을 뽑을 때 최고경영자(CEO)를 선출하거나 의회에서 대표로 장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나라가 많다. 패러다임이 다른 것이다."
◆재정·자치분권 이어 광역 메가시티 활성화
-일각에선 '지방의회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반적인 사회·정치 성숙도(선진화)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지방 정부가 다르게 가는 게 아닌데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없다. 대의정치·의회가 있는 이유는 밖에 있는 사회적 갈등을 안고 와서 해소하라는 건데(정치 역할), 그렇게 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정치 영역에 들어오면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념 잣대와 정파성이 작용한 탓이다. 즉, 주요 의제를 공론화해 다루지를 못한다. 저출산, 불평등, 남북 등 외교 문제는 정파를 초월해서 논의하고 답을 줘야 한다. 그렇게 사회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야 하는데 정쟁이 필요 없는 것도 정치 영역에 오면 그렇게 되니까 문제다. 현안 이상의 것, 궁극적인 건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개헌을 이야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권한을 집중해 일을 효율적으로 해왔다면, 이제는 사전에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 지방의회는 중앙정치 성숙도를 따라간다. 단체장 구성 다양화의 경우도 다수당이 대표자를 뽑거나 그 방법을 정해야 하는데, 다수를 만들기 위해 소연정을 꾸릴 수도 있다. 지방은 가능하다. 단체장 다양화가 지방의회 차원에서라도 갈등을 없애는 형태가 될 것이다. 다만, 지방의회에 필요한 건 자율과 책임이다. 재정분권을 하면 어떻게 쓰이는지 등에 있어 권한과 책임이 따른다."
-자치분권 2.0 시대를 맞아 부·울·경 메가시티를 띄웠다. 어떤 의미가 있나.
"수도권 인구비율이 2019년 전체의 50%가 넘었다. 수도권 지역내총생산(GRDP) 비율도 그렇다. 지역 균형 발전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그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류를 하기 위한 교통, 숙련된 노동력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도로를 깔고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일대 지역을 묶어 광역단위로 만들어주면 더 큰 힘으로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다는 게 메가시티 출발점이었다. 교통·경제·관광·환경 등 분야에서 행정·재정적 역량을 결집하는 것이다. 지난해 특별지자체라는 광역권 메가시티 틀과 형태를 갖출 수 있는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실체가 나오게 됐다."
-영남권뿐 아니라 비영남권 메가시티도 필요하다고 보나.
"부·울·경은 내년에 1호 특별지자체가 될 것이다. 대구·경북도 행정통합 시도를 우선 멈췄다. 또 다른 예로 지역 소멸 위기였던 지리산 일대 자치단체들도 돌파구로 특별지자체를 찾고 있다. 부·울·경에서 시작된 메가시티가 각 지역 자치 경쟁력을 키우는 수단이 됐다는 점에서 공생이라고 본다. 행안부 중심 태스크포스(TF)에서 부·울·경 광역철도망 선도사업을 밀고 있다. 인근 가덕도 공항 반사효과와 엑스포 개최 등 여러 방면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부가가치를 추산 중이다. 충청·호남권도 메가시티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지원금, 경제 전반 소비 진작 효과 기대
-오는 6일부터 상생 국민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까.
"지난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후 상당한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다. 사용 편의성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 반응이 뜨거웠다. 확실하게 소비 진작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도 (물가 상승 우려가 있지만) 추석 전에 지급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소비 진작 효과를 위해 다른 대안을 따져보는 건 정책적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힘든 상황에서 경제 전반에 있어 효과를 누리기 위해선 9월 초 지급이 맞는다. 현재 실무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장들과 소통했는데, 이의신청으로 지난해에는 현금 지급이 있었는데 올해는 왜 없는지 물음이 예상된다. 이는 지급 방식 차이에서 비롯됐는데, 지난해에는 가구 중심이었고 올해는 개인 중심이다. 정부가 개인 통장을 다 확인할 수는 없다."
-자치분권 2.0의 핵심 중 하나는 자치경찰제 도입이다. 하지만 체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는데.
"자치경찰제 시행 3개월째에 접어드는데 당장은 체감이 어려울 수 있다. 자치경찰은 자치행정과 치안행정이 합쳐지는 것이다. 교통을 예로 들면, 자치경찰제 시행 이전에는 신호등·횡단보도를 하나 설치할 때에도 해당 자치단체와 경찰에 따로 이야기해야 했다. 이런 이중 과업이 줄어들면서 일처리 시간도 단축되고,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라도 더 듣고 따라갈 수 있게 됐다. 경찰과 자치행정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물론 구성에 있어 여성이 적거나 예산이 제대로 적립이 안 된 약점이 있다. 예산의 경우, 국가경찰이 아닌 만큼 시·도에서 집행해야 하는데 아직 정리가 덜 됐다. 업무에 대한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직은 이르지만 향후 국가경찰에서 독립돼야 한다. 지역 문제는 분리가 필요하다. 점차 독립성을 띠면 국민들도 효과를 체감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상반기에 재난안전통신망이 문을 열었다. 올여름 폭우와 백신 수송 등에서 역할을 했는데.
"폭우에는 차량 침수 대비가 중요한데, 마냥 도로를 통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 경기 안양시가 둔치 주차창에 설치한 센서와 재난안전통신망 사물인터넷(IoT) 모뎀을 연계해 실시간 범람 등 침수 현황을 파악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코로나19 백신 수송에도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하고 있다. 행안부는 국방부, 경찰청과 함께 백신이 인천국제공항 등 출발지에서부터 접종센터 등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수송될 수 있도록 유통 상황을 모니터링·공유하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예산 1조4000억원이 들었다. 그동안 경찰, 소방, 군인이 조직별로 무전기를 따로 사용해 컨트롤타워가 있었지만 연계가 어려웠다. 통일된 단말기로 정보를 공유하고, 4세대 이동통신(LTE) 기반이어서 음성 외에도 지도 등 데이터를 바로 전송해 눈으로 보기도 한다."
-내년 6월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여의도에선 향후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 말씀 부탁드린다.
"안전 분야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고, 행정 분야는 자치분권이 실현돼야 하는데 무엇보다 '자율'이 중요하다. 저 개인은 행안부 장관을 하기에 바쁘다.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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