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선출 경선룰을 놓고 내홍을 앓고 있다.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앞서 경선준비위원회가 만들고 최고위원회의가 추인한 경선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다. 특히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검토하고, 1차 컷오프 전 TV토론회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윤석열 예비후보에게 유리한 룰을 만드려고 한다”는 ‘불공정’ 논란이 터져 나왔다.
당 선관위는 1일 국회에서 각 후보자들 캠프 대리인을 불러 ‘역선택 방지’ 조항 등과 관련된 의견을 청취했다. 윤 예비후보 측은 이 자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하단 입장을 공식화했다.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을 맡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후보 간 가상대결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지지를 받는 분이 양자 대결로 가면, 또는 민주당 후보랑 합쳐서 다자대결로 가면 한 자리로 떨어지는 조사가 많이 나온다”며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결정 과정에 개입한다는 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 박대출 의원도 “좀 심하게 얘기하면 경선 조작까지 의심될 지경”이라며 “대깨문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느냐,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이어 “역선택을 막는 길은 후보별 가상대결이다. 그 표차를 갖고 후보 순위를 매겨서 결정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반면 유승민 캠프 오신환 종합상황실장은 “외연을 넓히고 확장하는 개방형 경선으로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을 겪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면서 “과거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이란 걸 넣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반대하고 있는 후보자 8명을 설득하지 않고 룰을 갖고 장난치게 되면 결국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 예비후보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선관위가 어떻게 하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지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힘을 쏟지 마시고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상호토론 개시나 조속히 해주시기 바란다”며 “추석 전에 적어도 방송3사 토론은 해야하지 않느냐”고 했다.
홍 예비후보는 “대선에서 한번도 도입하지 않았던 상식에 어긋나는 반쪽 국민 여론조사 도입 시도는 이제 그만두라”면서 “모처럼 불붙은 야당 경선에 찬물을 끼얹는 특정 후보 편들기 시도는 경선 파탄을 불러오고 이적행위로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호출된 전체 11명 가운데 윤 예비후보, 최 예비후보, 황교안 예비후보 측 정도만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홍 예비후보와 유 예비후보를 포함한 나머지 8명 예비후보 측은 모두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9월 15일 1차 컷오프 전 TV토론회를 여는 방안도 사실상 무산 수순에 접어들었다. 김연주 상근부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1차 컷오프 전엔 일반적 토론회 방식은 아니지만 미디어를 통해 여러 가지 정책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계획 중에 있다”고 했다. 다만 “아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확정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1억원 기탁금을 내고 후보자 등록을 했는데, 특정 주자를 위해 토론 기회도 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앞서 경선준비위원회가 만든 룰을 당 지도부가 추인했느냐 여부를 두고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정 선관위원장은 이날 “(경준위 안이) 확정이 되려면 당헌당규에 규정되거나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만 확정안이 될 수 있다”며 “제가 최고위에 확인해 본 결과 최고위에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확정안이 있는데 그것을 변경하려고 하느냐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준석 대표가 이를 바로잡았다. 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경준위 안을) 보고 받고 추인한 게 맞는다”면서 “다만 수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맞는 말”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확정안이 없다는 취지지만, 이 대표는 확정안은 있지만 수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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