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에게 닥친 현실은 최근 발표된 통화당국 통계자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비법인기업(자영업자)의 예금은행 대출 잔액은 418조5000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9조4000억원 확대됐다. 비법인기업 대출은 작년 2분기 21조2000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4분기 연속 1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해당 통계가 1금융인 은행권에 국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더할 경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 특성 상 고금리 부담에 더욱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중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낸 다중채무자 수는 지난 3월 기준 전체 자영업자 4명 중 1명(24.2%, 130만6000명) 꼴로 파악됐다.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 속 최근 본격화된 금리 인상 움직임도 자영업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만도 5조2000억원가량 확대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시장금리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나선 결과 응답자의 39.4%가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절반(45%)가량은 매출액 감소를 폐업 고심 이유로 꼽았고,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26.2%)이 그 뒤를 이었다. 대출상환 부담과 자금사정 악화를 이유로 든 자영업자도 22%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나마 폐업을 고민할 수 있으면 상황이 나은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작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만약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나설 경우 그간 연장된 대출과 이자 상환을 당장 부담해야 하는 만큼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상 빚이 빚을 낳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영업 부진과 폐업은 금융기관 부실로도 직결될 수 있어 금융권 안팎에서 건전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크다.
때문에 금융권과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현실적인 연착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 분야는 경기가 좋을 때도 진입과 퇴출이 활발했던 시장인데 현재는 모든 걸 다 유예해주고 있어 순환 구조가 지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장 충격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부실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신용회복과 일자리 마련, 업종 전환 등을 통해 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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