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P.' 정해인 "진정성 가진 이야기는 힘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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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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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안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넷플릭스 제공]

"정해인 배우의 얼굴을 보면…뭐랄까. 융통성 없음이 보여요. 실제로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단단하다고 할까 꼬장꼬장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얼굴이 있어요."

한준희 감독과 배우 정해인(33) 캐스팅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한 감독의 말에 바로 정해인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지난 작품과 배역을 지켜보며 느껴왔던 바였기 때문이다. 부러질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는 어떤 단단함. '슬기로운 감빵생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D.P'에 이르기까지 정해인이 연기한 인물에게서 발견한 모습이기도 했다.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 'D.P.'(극본 김보통 한준희·연출 한준희, 이하 '디피')에서도 그렇다. 군무 이탈 체포조(D.P.)가 탈영병들을 쫓으며 알게 되는 진실들을 담은 드라마 속 이등병 안준호를 연기했다. 남다른 눈썰미와 권투를 했던 독특한 이력으로 '디피'로 차출된 그는 군대 내 폭력 등 부당함에 관해 저항하고자 하는 캐릭터. 전작들과 매우 다른 장르지만 그가 연기한 인물들에게서 같은 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 드라마에 안준호가 너무 드러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안준호와 한호열이 탈영병들을 잡으러 다니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아니라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해인은 '안준호'를 시청자의 눈과 귀라고 여겼다. 그의 시선으로 시청자들이 드라마와 인물들을 만나기 때문이라고.

"안준호는 제약이 많은 역할이었어요. 화자의 입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하는데 군인 역할 그것도 이등병 역할이기 때문에 말과 행동에도 제약이 많았죠. 과거 저의 군 생활을 떠올리면서 눈과 귀를 열어놓으려고 했고 기민하게 반응하려고 했어요."

'D.P' 안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넷플릭스 제공]


전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로맨스 드라마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정해인이 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피'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대중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안정적인 연기를 바탕으로 깊은 캐릭터 해석과 표현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상태.

"저 역시도 완전히 다른 장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있었어요. 역할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되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배우는 혼자 일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저의 부족함을 감독님과 동료 배우, 제작진이 채워주곤 했거든요. 모두 힘을 모아서 완성할 수 있었어요. 저는 특히 현장의 환경이나 세트, 분장 등에도 도움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로맨스 작품에서 활약한 남자 배우에게 군복이나 삭발은 심적으로 부담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해인은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라며 외모에 관해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고 부연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어요. 역할에 빠져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죠. 연기하는 게 직업인데 이런 걸 어려워할 수는 없죠. 그저 연기만 생각했어요. 메이크업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땀 흘리는 모습 등에서 메이크업 받은 느낌이 든다면 제가 거부감이 들 거 같더라고요.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연기하고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 중 안준호는 가정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게 대항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권투를 배우는 인물로 그려진다. '살기 위해 배웠다'라는 그의 대사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극 중 그의 복싱 연기는 치열했다.

"사실 저는 주먹 찌르는 법도 모르던 사람이에요. 하하하. 기본기부터 3개월 정도 연습했죠. 탈영병 정현민 역의 이준영 배우와 함께 연습했는데 호흡이 정말 잘 맞았어요."

정해인은 '디피' 3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정현민 역의 이준영을 언급하며 부산에서 뜨겁고 치열하게 액션 호흡을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약 한 달간 부산에 머무르며 권투 연습에 몰두했다고.

"연기 활동한 뒤 부산에서 촬영한 건 '디피'가 처음이었어요. 한 달 가까이 머물렀는데 액션 스쿨을 갈 수 없으니 복싱장을 다녔죠. 저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준영이도 대단했어요. 자잘한 부상이 많았는데도 한 번 티도 안 내고 묵묵히 연기해줬어요. '목숨 걸고 하는구나' 싶었죠."

'D.P' 안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넷플릭스 제공]


2008년 입대에 2010년 제대한 정해인은 '디피'를 통해 또 한 번 군 생활을 경험하게 됐다. 그는 '디피'를 촬영하며 군대 내 가혹행위와 부조리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2010년에 제대했는데 '디피' 속 배경은 2014년이잖아요. 모두 아시겠지만, 당시 가슴 아픈 사건·사고(2014년 군대 내 집단 구타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과 군무이탈 및 총기 난사 사건인 임 병장 사건이 발생)가 있었어요. 전역 후 해당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무척 아팠거든요. 우리 드라마는 허구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연기할 때) 마음이 무거웠어요.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죠. 군대 문화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개선되어야 할 방향이 분명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젊은 청춘들이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요."

군대 내 부조리를 담아내는 작품인 만큼 무겁고 수위도 높아 어려움이 많았을 터. 그런데도 배우의 피를 끓게 하는 '디피'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물었다.

"디피는 군대 이기지만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기도 해요. 전역했거나 입대를 앞두었거나 가지 않는 분, 여성분들이라고 해도 공감할 수 있죠. 우리 사회 전반을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연기할 때 부담과 중압감은 있었어요. 소재가 워낙 무거웠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어떤 소재든 '진정성'이 있는 이야기는 힘이 있어요. 진정성을 가진 작품 안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고마운 일이죠."

'D.P' 안준호 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사진=넷플릭스 제공]


지난달 27일 공개된 '디피'는 국내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며, 아시아 지역인 일본,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에서도 계속해서 상위권(플릭스패트롤 기준)을 지키고 있는 중. 시청자들은 열렬히 '디피'의 시즌2를 응원하고 있다.

기록 중. 정해인은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이 'D.P' 시즌2 집필을 시작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저도 시즌2를 기대하고 있어요. 대본을 기다리고 있죠.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6부 말미를 보면 안준호의 계급장이 이등병에서 일병으로 바뀌어있어요. 시즌2가 시작된다면 원작처럼 일병으로 시작할 거 같아요. 안준호는 '디피' 활동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물이에요. 시즌2에서 그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고 기대가 돼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정해인은 오는 12월 공개될 드라마 '설강화'에 관해서도 귀띔했다.

"당분간 '디피' 홍보와 남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지낼 거 같아요. 12월에는 드라마 '설강화'가 공개된다고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작품이에요. 제가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시청자의 반응도 궁금해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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