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동부유’ 국정 기조에 부응하고 있는 가운데, 한 저명 경제학자가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시장경제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영향력 있는 경제전문가들의 모임인 ‘중국경제50인논단’을 통해 ‘시장경제와 공동부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이 기고문에서 장 교수는 “시장경제만이 공동부유로 향하는 외나무다리, 계획경제는 공동빈곤으로 가는 양지 길(陽光道)”이라며 정부의 공동부유 기조에 대해 우려했다.
장 교수는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시장경제 중심의 개혁 정책이 중국을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로 만들었다”며 “자유경제는 서민들에게 가난에서 벗어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동부유는 이 같은 시장지향적인 개혁 정책과 반대된다는 게 장 교수 기고문의 골자다.
장 교수는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시장개혁을 추진한다면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갈 것이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이 많아지면 공동빈곤으로 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계획경제 체제를 공동빈곤에 빗대기도 했다. 그러면서 계획경제의 본래 목적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복지를 도모하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갈수록 많은 가난한 사람을 만들었다며 이런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공동부유 기조 전면화 속 중국 주요 대기업이 기부행렬로 이에 동참 의지를 밝히고 있는 데 대해서도 장 교수는 일침을 날렸다. 그는 “기업가들이 적극적으로 부를 창출하지 않으면 정부도 빈곤 문제를 해결할 만한 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며 “부의 창출이라는 동기 없이는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물과 뿌리가 없는 나무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공산당은 지난달 17일 시진핑 주석 주재로 중앙재경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동부유를 국정기조로 내세워 분배 역할을 제도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물론 텐센트, 메이퇀, 핑안보험, 핀둬둬 등 중국 주요 빅테크는 공동부유 프로젝트를 위해 수조원에 달하는 기부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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