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마음의 소리'(작가 조석)다. 2006년부터 네이버에서 연재하기 시작해 지난해 6월까지 14년간 1229화까지 연재한 국내 최장수 웹툰이다. 일상의 경험담을 소재로 한 개그 웹툰으로 주목받은 '마음의 소리'는 누적 조회수 70억건, 댓글 수는 1500만건을 기록했다. '마음의 소리'의 가능성을 알아본 사람은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다. 디지털만화가 생소하던 2006년, 당시 네이버 웹툰 서비스 담당자였던 그는 아마추어 작가를 발굴하는 ‘도전 만화’에서 '마음의 소리'를 보고 팀장에게 “정식 연재하겠다”고 말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 2일 네이버웹툰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당시 팀장님이 ‘이거는 정식 연재하기 애매한데’라면서 뭐라고 했다”며 “사표를 낸다는 생각으로 ‘제가 하겠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떻게 웹툰 서비스 담당자에서 대표까지 될 수 있었나 돌이켜보니, 결국 애정과 열정의 문제였다”며 “애정과 열정이 없으면 용기가 생길 수 없다. 이 일이 너무 좋으면 용기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웹툰이 K콘텐츠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가 처음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2004년만 해도 아무도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웹툰은 네이버 내에서 주목받지 못한 서비스였다. 이미 경쟁사인 다음이 ‘만화 속 세상’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앞서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당시 김 대표는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웹툰 서비스를 자원했다. 회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실컷 볼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가 그를 이끌었다.
네이버웹툰이 본격적으로 이용자들의 주목을 받고 성장하기 시작한 건 ‘도전 만화’ 제도를 도입하면서다. '도전 만화'는 아마추어라도 누구나 작품을 연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됐다. 아이디어와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정식 작가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는 기존 만화계의 도제식 시스템을 무너뜨렸다.
김 대표는 “당시 만화 시장이 너무 어려워서 오프라인 콘텐츠 자체가 굉장히 부족했다”며 “어떻게 제작 자체가 어려운 만화 시장을 바꿔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고, '도전 만화'와 함께 웹툰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연재로 발생한 수익의 50~70%가량을 창작자에게 배분한다. 보상은 양질의 작가와 콘텐츠를 끌어모으는 요소로, 네이버웹툰 생태계의 핵심 가치다. 이를 통해 지난 1년간 작가들은 연평균 2억8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가장 많은 수익을 기록한 작가는 124억원을 가져갔다.
김 대표는 “전 세계 어떤 웹툰 플랫폼도 작가의 수익에 대한 정보를 당당하게 공개하는 회사가 없다”며 “왜냐하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였고, 마일스톤(중간목표)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 실력이 부족해도 웹툰 작가가 될 수 있도록 자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웹툰 작가가 되는 문턱을 낮춰 더 다양한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스토리텔링 플랫폼, 산업에 중요한 건 다양성이다. 이를 위해선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웹툰은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등의 허들이 있어, 자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오토드로잉’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에 좋은 후배들한테 회사를 맡기고 떠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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