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만 닿을 수 없는 ‘자유의 마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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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9-04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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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문경원&전준호–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존재하지만 닿을 수 없는 곳인 ‘자유의 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갈 수 없었던 ‘자유의 마을’이 미술관 한쪽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술이 가진 힘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전시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막했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는 2009년부터 함께 활동하며 자본주의의 모순, 역사적 비극,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과 예술을 둘러싼 권력 관계 등을 탐구해 왔다.

19세기 후반 영국의 미술공예운동(Art & Craft Movement)을 이끈 사상가이자 소설가 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그들의 대표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은 2012년 제13회 독일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13)에서 첫선을 보였고,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 최종 수상 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제9회 광주비엔날레 대상인 ‘눈 예술상’을 수상했다.

‘미지에서 온 소식’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각지에서 그 지역의 이야기를 반영하는 영상, 설치, 아카이브, 연구 및 워크숍, 출판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문경원 작가(뒤)와 전준호 작가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1년 ‘MMCA 현대차 시리즈‘를 통해 문경원&전준호는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을 선보인다.

이 ‘자유의 마을’을 두 작가는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독특한 장소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사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탄생한 기형적 세계로서 조망했다.

작품을 위해 2017년부터 국가기록원에 있는 ‘자유의 마을’ 관련 기록과 사진을 면밀하게 조사했다. 전준호 작가는 “‘자유의 마을’ 사람들이 이번 작업을 통해 피해 보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라며 “‘자유의 마을’에 가고 싶었지만 가보지 못한 것이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 시켰다”라고 설명했다.

문경원 작가는 “남북문제나 소재주의로 끝나지 않고 더 넓은 걸 보는 창이 되길 바랐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영상, 설치, 아카이브, 사진, 대형 회화 그리고 연계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두 개의 스크린이 등을 마주한 형태로 설치되며, 각각의 스크린 속 영상은 오랜 세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배우 박정민이 연기한 영상의 배경은 비무장지대(DMZ)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다. 같은 시간 반대편 영상에선 미래의 한 공간을 배경으로 보이 그룹 '갓세븐'의 진영이 실험실 안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14분 35초로 동일한 길이의 두 영상은 다르지만 연결돼 있다. 단절된 삶처럼 보이지만, 시공을 초월해 연결된 것이다.

작가들은 영상을 보는 관객이 실제 '자유의 마을'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하기 위해, 음향, 조명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유의 마을'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야기가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자유의 마을’ 자료 사진과 세로 4.25m 가로 2.92m의 대형 풍경화 '풍경'은 관객에게 다양한 생각을 갖게 한다.

영상 속 장면 일부를 가져온 대형 풍경화는 영상의 서사를 현실로 끌어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풍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더불어 전시 기간 중에는 서울박스에 대형 플랫폼을 설치하여 분야별 전문가들과 전시 의제를 토론해보는 ‘모바일 아고라’를 진행한다.

총 5회에 걸쳐 건축, 과학, 디자인, 인문학 등 전문가를 초청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가 맞닥트린 위기의 원인을 탐색하며 미래를 위한 대안을 탐색한다. 건축가 유현준, 디자인 그룹 BKID, 생태학자 최재천, 뇌과학자 정재승 외 해외 패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문경원&전준호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은 역량 있는 중진작가의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현대차 시리즈 설립 취지에 맞게 오는 4월 29일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관 전시는 오는 2월 20일까지 진행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2012년 올해의 작가상 이후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을 통해 9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문경원&전준호의 대규모 전시”라며, “동시대 인류가 직면한 모순과 위기 속 예술의 의미와 작가의 역할이라는 주제의식이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에서 어떻게 확장되는지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MMCA 현대차 시리즈’의 목표는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한국의 주요 작가들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다. 매해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진작가 한 명을 선정해 작품 활동과 전시를 지원하며, 국내·외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가 고유의 태도와 감각이 반영된 작품들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현주소와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다.

‘MMCA 현대차 시리즈’는 문화예술과 기업이 만나 상생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기업 후원 사례로서 한국 미술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바일 아고라’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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