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중국은 왜 세 번째 증권거래소를 설립하는 건가요?
A. 중국엔 이미 상하이와 선전에 증권거래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20여년 만에 베이징증권거래소를 만들려는 것은 상장 조건이 까다롭고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리는 기존 거래소와 달리 중소기업 육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거래소를 만들어 미래 혁신 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미래 경제 성장동력인 혁신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죠. 이에 베이징거래소를 통해 미래 혁신 기업들이 좀 더 수월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계획인 것이죠.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이하 증감회)는 3일 기자회견에서 베이징거래소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기존 상하이·선전거래소의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Q. 기존 상하이·선전거래소와 상장 조건이 다른가요?
A. 좀 다릅니다. 특히 상하이·선전거래소 중소 벤처기업 전용 증시인 커촹반, 촹예반보다도 기업 상장 문턱이 낮다는 게 특징이죠.
우선 베이징거래소 자체가 중소 벤처기업 전용 장외거래 시장인 신삼판(新三板)을 기반으로 합니다. 기존 신삼판에서 우량주만 엄선한 일종의 프리미엄 버전인 정선층에 등록된 우수 기업과, 정선층 아래 단계인 혁신층에 등록된 기업 중 상장 12개월 이상의 일정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은 베이징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베이징거래소는 규모가 작은 혁신 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조건을 총 4단계로 나눴는데요. 매출이 많지 않더라도 연구개발(R&A) 투자를 많이 하거나, 우수한 기술력이나 제품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들도 상장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기존의 중국 증시가 최소 1년 이상 순익을 낸 기업만 상장을 허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됩니다.
5일 발표된 '베이징증권거래소 주식상장 규칙(이하 상장규칙)'을 보면 시총, 매출 등 기준에서 볼 때 커촹반과 촹예반보다 상장 조건이 훨씬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상 시가총액이 최소 2억 위안(약 359억원)인 기업의 경우, 최근 1년간 순익이 2500만 위안이거나 2년간 연평균 순익이 1500만 위안 이상이면 상장 신청 가능합니다.
또 예상 시총이 최소 4억 위안인 기업은 △최근 2년간 연평균 매출 1억 위안 이상 △연간 영업이익 증가율 30% 이상 등 조건을 맞추면 됩니다. 시총 8억 위안인 기업은 △지난해 매출 최소 2억 위안 △2년간 연구·개발(R&D) 지출이 같은 기간 매출의 8% 이상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상 시총이 15억 위안을 넘는 기업은 최근 1년간 R&D 투자액이 최소 5000만 위안에 달하면 상장이 가능합니다.
이와 함께 베이징거래소의 상장 폐지 요건도 분명히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60거래일 연속 주주 200명 미만 △최근 회계연도 순손실 또는 매출액 5000만 위안 미만 △재무보고서 비공개 등입니다. 다만 상장 폐지됐더라도 향후 상장 요건을 충족하면 재상장 가능합니다.
이 밖에 베이징거래소는 상장 첫날 주가 변동폭에 제한을 두지 않고, 둘째 날부터는 일일 상·하한폭을 ±30%로 설정했습니다. 기존의 상하이·선전증시 메인보드(상장 첫날 상·하한폭 제한 ±44%, 일일 상하한폭 ±10%)나 커촹반·촹예반(상장 첫 5거래일 상·하한폭 제한 없음, 일일 상하한폭 ±20%)과 비교하면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입니다.
A. 아쉽게도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베이징거래소에 투자할 수 없습니다. 증권계좌에 최소 100만 위안(약 1억7947만원)의 투자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2년 이상 증시 투자 경험이 있는 전문투자자들만 투자할 수 있습니다. 상하이 커촹반처럼 기업 상장 요건은 대폭 완화하는 대신 투자자 요건을 까다롭게 만든 것이죠.
하지만 증감회가 앞서 지난 3월 커촹반 세칙을 수정해 투자자 요건을 한층 완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이징거래소도 거래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 요건을 완화할 것이라고 뤄즈헝 웨카이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전망했습니다.
Q. 언제 출범할까요?
A. 현재까지는 베이징거래소가 언제, 얼마나 큰 규모로 개설될지 등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앞서 커촹반 출범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것을 참고해 베이징거래소가 이르면 연말 거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커촹반은 시진핑 주석이 2018년 11월 초 공식 언급한 이후 220일 만에 초고속으로 개장했는데요. 베이징거래소는 이미 운영 중인 신삼판을 기반으로 설립되는 만큼 출범 시기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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