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인사 시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빨라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위기가 여전한 만큼 발 빠른 대응으로 내년 전략 수립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인사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오는 11월 초 '2022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상 12월 중순 이후 인사를 단행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한달 반 가량 앞당기는 셈이다.
지난달 말 일본에서 귀국한 신 회장이 본격 국내 경영 챙기기에 나서면서 이 같은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4일 신 회장은 롯데백화점이 7년 만에 신규 개관한 동탄점을 찾아 시설 및 영업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등 현장을 챙겼다. 8일에는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H2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해 수소기업협의체 출범을 함께 하며 수소사업 등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행보도 가속화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이 코로나19 이후를 겨냥해 신사업 발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사업구조 개편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롯데그룹은 유통부문 내 가구·인테리어 부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손잡고 한샘 인수 작업을 타진 중이다. 올해 3월에는 롯데쇼핑을 필두로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지분을 인수했고,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카카오·CJ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변화를 강조한 신 회장의 고강도 쇄신인사가 유력시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미 지난해 8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깜짝 인사'를 단행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 비정기 인사를 통해 황각규 전 롯데그룹 부회장이 물러났다. 이후 11월 말에도 50대 초반의 최고경영자를 전면에 배치하는 한편, 임원을 20% 이상 축소하는 등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선 바 있다.
이러한 '깜짝 인사' 영향으로 지난달엔 유통 계열사 중심의 파격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허위 정보지가 돌면서 롯데그룹을 뒤흔들었지만, 유통계열사를 총괄하는 유통BU에 대한 인사 및 조직개편에 대한 내용이 담긴 정보지는 결국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풍문이 거짓으로 드러났지만, 내부의 긴장감은 높은 분위기다. 순혈주의'를 깬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가 올해 들어 외부 인사 수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사업인 '롯데온'이 부진하자 올해 4월 새 책임자로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e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으로 영입했고, 최근에는 롯데지주 내 바이오팀과 헬스케어 담당 조직을 신설하고 외부 출신 인재를 영입했다. 헬스케어팀은 삼성전자에서 헬스 서비스를 담당했던 우웅조 상무가, 바이오팀은 미국 제약사 BMS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근무한 이원직 상무가 팀장을 맡았다.
이러한 행보는 신 회장이 지난 7월 열린 '2021 하반기 VCM'에서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실패를 하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인사 시스템을 바꿔 나가겠다"라고 한 발언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리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선제적 위기 대응에 나선 만큼 올해는 지난해보다 인사 시기가 더욱 빨라지면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올 초부터 순혈주의를 타파한 외부 인재 영입 자체가 신 회장의 강력한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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