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9000억 두산인프라 8000억 유상증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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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9-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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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주들 재무 부담에 실망…주가 전망 촉각

  • 현대제뉴인에 매각 위해 주주 세금비용 충당

  • 알짜 두산밥캣은 남기는 꼼수로 법인세 또 발생

  • 中 법인 정리비용 3000억까지 일반주주 부담

[사진=두산인프라코어]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의 분노가 가늠하기 힘든 수준이다. 심지어 투자한 회사가 수사를 받게 해달라는 글이 주주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특이하게도 자본시장의 시각은 따뜻하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을 상향했다. 이렇게 평가가 갈린 것은 두산인프라코어가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증자가 성공하면 회사에는 좋다. 하지만 증자에 참여해야 하는 주주들은 분통이 터지는 중이다.

6일 두산인프라코어는 1만18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과 종가가 같다. 지난 7월에 한때 1만9000원도 넘었지만 지금은 주가가 반토막 나기 직전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월 25일 올라온 공시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9월 10일 주주총회 이후 약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증자 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9000억원 수준이다. 얼핏 보면 주주들의 돈으로 회사 덩치를 두 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셈이다. 과연 그럴까. 사실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더 문제다.
 
2000억원 규모 법인세 부담도 주주 몫
두산인프라코어의 증자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두산밥캣이다. 최근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를 현대제뉴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알짜배기 두산밥캣은 넘길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복잡한 과정을 거쳐 두산인프라코어를 쪼개고 다듬어 매각하게 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대주주는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중공업 매각의 사전 작업으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적분할을 실시한다.

그 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중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회사'를 존속회사로, 지주사 역할을 하는 '투자회사'를 신설회사로 나뉜다. 그리고 투자회사는 기존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가지고 두산중공업에 합병한다. 일명 분할합병이다. 그리고 사업회사는 현대제뉴인에 매각된다. 최종적으로 두산밥캣은 두산중공업의 자회사가 되고 두산밥캣을 뺀 나머지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제뉴인의 것이 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의 법인세가 발생하는 점이다. 먼저 인적분할의 과정을 알아야 한다. 인적분할은 우선 ①신설법인이 신주를 발행하고 ②이를 존속법인에 넘긴다. 그리고 ③존속법인은 지분율에 신설법인의 신주를 기존주주에게 분배한다.

세금은 2번 과정에서 생겼다. 신설법인의 장부상 가치가 지분의 가치보다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신설법인이 자산가치보다 더 비싼 주식을 발행해 존속법인에 넘기기 때문에 존속법인 입장에서는 큰 이익을 본다는 게 세무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법인세가 매겨진 것이다.
 
밥캣 떼주느라 개인주주들 의제배당 발생
주주 입장에서 분통이 터질 포인트는 더 있다. 3번 과정에서 '지분의 연속성'이 끊어진다는 이유로 비적격분할에 따른 의제배당(상법에 따른 배당은 아니지만 세법상 배당으로 간주되는 것)이 발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들은 처음 두산인프라코어를 매수할 때의 가격과 현재 두산중공업 주식의 가치 차이에 대한 세금을 이미 냈다.

지분의 연속성이 끊어진 이유는 현대제뉴인으로 대주주인 두산중공업이 가진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이 매각되기 때문이다. 지분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면 올해 연말까지 지분을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 결국 이 역시 주주들의 결정이 아니다. 두산밥캣을 끝까지 가지고 가려는 두산중공업의 판단 때문이다.

주주들로서는 의제배당에 따라 주주 개인에게 부과되는 세금까지 감수했는데 법인에 부과된 법인세 부담까지 유상증자를 통해 져야 한다는 데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편 2000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유증 규모 8000억원은 과하다. 세금 문제가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법인 FI 정리비용 3000억원도 주주 몫
두산인프라코어는 유증으로 조달하는 자금 중 약 3000억원을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자회사 DICC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쓸 예정이다.

지난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의 지분 20%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하나금융투자 등 재무적투자자(FI)가 공동 설립한 투자목적회사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3600억원 규모다. 매각 조건으로 DICC가 3년 내 상장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만약 이게 안 된다면 기업공개(IPO)하고,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FI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FI지분과 대주주 지분을 제3자에게 동반 매각하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발동할 수 있다.

하지만 DICC는 2014년까지 상장하지 못했다. FI는 드래그얼롱을 발동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소송전을 벌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승소했지만 FI를 털어내는 일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최대 과제가 됐다. 결국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제뉴인과 계약 직전 FI의 DICC 지분을 30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돈도 결국 일반 개인 주주가 참여한 유상증자로 마련한다는 점이다.

결국 두산인프라코어 입장에서는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해도 회사에 남게 되는 돈은 3000억원에 불과하게 된다. 증자 참여를 고민해야하는 개인주주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에야 두산인프라코어가 분할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법인세를 지출하고 가지고 있던 자본이 예상보다 작은 수준이라는 것을 투자자들이 알게 됐다"며 "증자의 규모가 8000억원이라고 예상한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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