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프간 철수의 명분으로 중국으로의 타깃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힌다. 이를 지켜보는 중국의 속내도 별로 편치 않다. 트럼프 정권 4년 동안 시종일관 샅바 싸움을 했지만, 딱히 미국이 얻은 것이 별로 없고, 중국도 잃은 것이 거의 없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와는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시그널이 깜빡거린다. 협상의 여지마저 잘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경우 원맨쇼로 일관했다면 바이든은 팀워크를 중시한다. 그리고 전통적인 민주당의 가치인 국익 우선에 훨씬 더 철저하다. 아프간 철수로 미국의 이미지가 많이 구겨지긴 했지만, 이익이 없는 무모한 전쟁에 국력을 낭비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당장 급한 불인 중국의 위협을 제거하는 것에 총력을 경주할 태세다.
미국은 먼저 중국의 약한 고리를 기습적으로 친다. 하나의 중국,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홍콩 문제 등 예민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건드린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과의 마찰도 교묘하게 이용한다.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동남아 국가들과 인도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부추긴다. 최근에는 중국산 백신의 부작용(물백신)을 간파하고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백신 외교를 본격화한다. 중국의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백신 일대일로’에 맞불 작전을 가동하면서 백신을 무기로 한 패권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다. 이러한 미·중의 유화 제스처가 아시아 국가들에 당장엔 꽃놀이 패가 될 수 있어도 자칫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개연성은 여전히 잠재한다.
한편 미국의 미래 전략 기술에 대한 중국과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일방통행식 중국 다루기로 동맹으로부터 충분한 협조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바이든의 중국 때리기는 철저하게 동맹·우방과의 긴밀한 결속을 통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다. 서유럽은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 등을 중심축으로 하되 한국에 대해서는 간접적인 압력을 가한다. 중국을 주저앉히겠다는 포석이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코로나 터널을 지나면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카드를 불쑥 꺼내 든 것도 중국을 옥죄기 위한 선진국형 게임 룰이다. 또한 중국 기업의 미국 자본 시장 접근 차단을 위해 미국 회계기준을 빌미로 우회상장을 포함한 IPO(신규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도 거세게 저항한다. 데이터 안보법을 근거로 자국 IT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에 빗장을 치고 나섰다. 중국 기업에는 자금줄이 막히고, 미국 증시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고립화를 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 이란, 미얀마, 터키, 멕시코,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등과의 우호 국가들에 더 공을 들인다. 러시아와는 미국을 흔들기 위해 ‘달러 안 쓰기’ 동맹을 맺으면서 우선으로 항공유 대금 결제 시 위안·루블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한국과도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미국과의 편 가르기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14차 5개면 계획에서 성장 동력의 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는 ‘쌍순환’ 전략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외부적으로 미국과 전면전을 치르면서 내부적으로는 시진핑 3연임 기반 구축을 위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부 단속을 위한 반발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사회 정화 차원에서 다각적인 감시와 규제의 봇물이 터진다. 시진핑 집권 연장을 위한 각종 무리수가 마치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 대혁명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경제에는 필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기 마련이다. 제조업 경기는 극도로 위축되고 소비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기술기업 등 중국 경제의 절대적 견인차인 민간 경제의 동요가 심상치 않다. 외국 기업은 떠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고, 증시에서 자본은 이탈하여 인도나 베트남 등으로 옮겨간다. 말로만 회자하던 진정한 의미의 차이나 리스크가 닥치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흐트러진 민심 수습을 위해 중국식 고도경제성장의 상징물인 선부론(先富論)을 접고 마오쩌둥 시대의 구호인 모두가 잘살자는 공동부유, 즉 공부론(共富論)을 들고나왔다. 장기집권 가도에 들어서는 시진핑의 신(新)통치 철학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일련의 강경 조치들도 이와 연관성이 있다. 중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빈부격차와 불평등 심화는 사회주의 체제 유지의 최대의 걸림돌임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고 하지만 하루아침에 노선을 변경하는 것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다. 오랜 기간 시장경제에 익숙해진 다수의 기업과 인민에게는 청천벽력이다.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이 더 나아지면 다행이겠지만 모두가 더 나빠지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 차이나 리스크가 바로 ‘시진핑 리스크’고 중국의 딜레마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학교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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