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1/09/08/20210908151133507177.jpg)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아주경제DB]
국내 증권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던 증권사들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일격을 맞았다. 시장조성자 역할을 수행하면서 고의로 주문을 정정하고 취소해 시세에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는 오히려 시장조성자로 참여해 유동성을 공급하느라 거래 비용이 들고 있고, 원치 않는 주식을 보유해야 하는 재고 부담까지 있는데 오히려 과징금을 내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시장조성자 역할을 하는 증권사 9곳이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했다며 각 사에 과징금 부과를 통보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 등 4곳이 과징금 80억원 이상을 통보받았고,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도 각각 10억~40억원대 과징금을 내라는 게 당국의 통보다.
금감원은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일부 증권사가 거래가 이미 충분하게 일어나고 있는 종목에서도 유동성을 공급하며 거래를 변경하거나 취소해 시장을 교란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문제 제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국회 정무위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장조성거래가 시총 상위의 우량종목에 집중되면서 유동성 공급이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했었다.
이에 대해 이미 한국거래소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12월 김 의원 등이 지적한 문제에 대해 점검을 하고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유동성 상위 종목에 호가 제출이 집중되는 것은 제도적인 한계다. 시장조성 종목은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조성자가 종목을 선택해 거래소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저유동성 종목은 변동성이 높고 관련 파생상품 등 헤지(위험분산) 수단이 없어 처음부터 시장조성자가 많이 지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시장조성자가 시세를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거래소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자체조사를 벌인 결과 시장조성거래는 매수-매도 양방향 거래(가격 중립성)이기 때문에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장조성자의 시간대별 거래 규모 분석 결과, 장중 매수-매도가 거의 동일한 규모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의 호가 제출이 공매도를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장조성자의 현물매도량이 선물매수량과 동일한 수준이라서 선물계약 체결 즉시 현물시장에서 반대 방향으로 헤지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우려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우려를 떨치기 위해 거래소는 미니코스피200선물 옵션의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증권사의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시장조성자의 유동성 하위 종목 참여도 의무화했다. 유동성이 낮은 종목에는 시장조성 대가를 확대하고 유동성이 높은 종목은 대가를 줄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장을 교란했다는 애매한 표현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증권사 입장에서 시장에 시장조성자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비용이 발생하고 번거로운 일이라는 점을 당국이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