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무력으로 장악한 탈레반 세력이 주요 내각 인사의 윤곽을 공개하며 새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정국가인 이란의 정부를 본뜰 것을 보이는 '이슬라믹 에미레이트 오브 아프가니스탄(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출범이 가까워진 것이다. 한편, 미국 측은 탈레반이 구성한 새 정부의 '합법성'을 놓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정부 구성안을 공개했다. 다만, 탈레반의 주도로 구성될 새 정부의 공식 명칭과 구체적인 형태 등은 아직 모두 공개되진 않았다.
현재까지의 관측에 따르면 '이슬라믹 에미레이트 오브 아프가니스탄(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연합국)'이라는 명칭 아래 이란 정부의 신정일치 체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질 것이 유력하다. 이란의 경우, 종교 지도자인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국정 실무를 담당한다.
이날 탈레반의 과도정부 구성안 역시 종교 지도자로서 최고 권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최고지도자 아래 정부 수반인 총리와 2명의 부총리를 두고 있다.
최고지도자에는 탈레반 집단의 최고지도자로서 정치·종교·군사 최종 결정권자로 알려진 하이바툴라 아쿤자다가, 정부 수반인 총리 대행에는 물라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가 내정됐다. 아쿤드는 하쿤자다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로, 과거 탈레반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했다.
앞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던 탈레반 조직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제1부총리 대행으로 밀려났고, 카타르 도하에 소재한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고위 간부인 몰로이 압둘 살람 하나피는 제2부총리 대행으로 지명됐다. 이들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에서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미국 정부와 이전 정권과의 평화회담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탈레반 조직을 창설한 30인 집단의 하나인 바라다르의 경우 평화회담에서 탈레반 측 대표로 활약했으며, 탈레반 조직 내 온건파 수장으로 외교 전반을 책임지고 대외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
앞서 반(反)탈레반 저항군 측 선전매체인 '판지시르옵서버'는 지난 3일 밤 카불에서 탈레반 내부의 권력 투쟁이 일어나 총격전이 발생했고 바라다르가 총상을 맞고 파키스탄으로 이송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저항군 세력쪽에서 나온 정보로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33명의 내각 장관 중 주요 부처인 국방부와 내무부, 외교부 장관에는 각각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와 시라주딘 하카니, 아미르 칸 무타키가 지명됐다.
국방부 장관에 오른 야쿠브는 탈레반 창설 과정에서 최고지도자로 군림한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로, 현재 아프간 북부 지역에 파견돼 판지시르 계곡과 바그람 공군기지 등에서 반탈레반 저항세력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과 교전 중이다.
내무부 장관에 지명된 하카니는 탈레반 내 강경분파로서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하카니 네트워크' 설립자의 아들이다.
이와 관련해 BBC는 이번 과도정부 구성 논의에서 탈레반 내 강경파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 강경세력은 '외국 세력이 내각 구성에 관여하게 둘 수 없다'는 주장을 관철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인도의 NDTV 역시 "그간 탈레반 내부에선 바라다르와 추종자 세력, 하카니 네트워크, 칸다하르 정파, 동부지역 반독립 조직 등이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여왔고 이번 인선은 최종 타협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탈레반 측은 이전 정부 인사와 소수민족, 여성 등 아프간 국민 전부를 포용하는 '포괄적 정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지만, 실제 정부 구성안의 내각 전원은 탈레반 소속 남성으로 구성됐으며, 33명의 장관 중 30명이 탈레반 주류 민족인 파슈툰족 출신으로 편중했다. 아프간은 파슈툰족과 몽공계 소수민족인 하자라족, 타지크족 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다.
이와 함께, 내각 구성원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테러리스트로 수배 명단에 올랐거나, 2001년 9·11 테러 연관성으로 체포돼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는 인사도 다수 포함됐다.
무자히드 대변인의 발표 직후 "새 아프간 정부는 샤리아(이슬람교 율법)를 따라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선언한 아쿤자다 최고지도자의 성명 역시 우려를 부추겼다.
탈레반 측은 이번 내각을 과도내각이라고 밝혔으나 향후 아프간 내부에서 선거가 진행될지는 미지수이기에,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아프간 새 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프간의 국가 예산의 75~80%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원조금으로 충당하는 만큼, 향후 탈레반 정부는 '정상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금융위기와 경제난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지난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내각 명단에 오로지 탈레반이나 제휴 조직원들만 이름을 올렸고 여성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내각 인사 몇몇의 소속과 행적도 우려스럽다"고 밝히며 내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 날인 8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탈레반의 내각 구성안을 비판했다. 독일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20여개국 외무장관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아프간 사태 대응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탈레반은 국제적으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원을 얻으려 하지만, 이는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며 "과도정부 구성을 봤을 때 (탈레반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필수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행정부의 누구도, 대통령도, 국가안보팀의 누구도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귀중하고 훌륭한 일원이라고 하지 않는다. (탈레반은) 그런 평가를 얻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절대 평가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미국 행정부가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앞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국제연합(UN·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국제 공약을 준수하고 인권 기준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탈레반 정부를 결코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도정부 구성안을 공개했다. 다만, 탈레반의 주도로 구성될 새 정부의 공식 명칭과 구체적인 형태 등은 아직 모두 공개되진 않았다.
현재까지의 관측에 따르면 '이슬라믹 에미레이트 오브 아프가니스탄(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연합국)'이라는 명칭 아래 이란 정부의 신정일치 체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질 것이 유력하다. 이란의 경우, 종교 지도자인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국정 실무를 담당한다.
이날 탈레반의 과도정부 구성안 역시 종교 지도자로서 최고 권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최고지도자 아래 정부 수반인 총리와 2명의 부총리를 두고 있다.
앞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던 탈레반 조직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제1부총리 대행으로 밀려났고, 카타르 도하에 소재한 탈레반 정치사무소의 고위 간부인 몰로이 압둘 살람 하나피는 제2부총리 대행으로 지명됐다. 이들 두 사람은 카타르 도하에서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미국 정부와 이전 정권과의 평화회담을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탈레반 조직을 창설한 30인 집단의 하나인 바라다르의 경우 평화회담에서 탈레반 측 대표로 활약했으며, 탈레반 조직 내 온건파 수장으로 외교 전반을 책임지고 대외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
앞서 반(反)탈레반 저항군 측 선전매체인 '판지시르옵서버'는 지난 3일 밤 카불에서 탈레반 내부의 권력 투쟁이 일어나 총격전이 발생했고 바라다르가 총상을 맞고 파키스탄으로 이송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저항군 세력쪽에서 나온 정보로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33명의 내각 장관 중 주요 부처인 국방부와 내무부, 외교부 장관에는 각각 물라 모하마드 야쿠브와 시라주딘 하카니, 아미르 칸 무타키가 지명됐다.
국방부 장관에 오른 야쿠브는 탈레반 창설 과정에서 최고지도자로 군림한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로, 현재 아프간 북부 지역에 파견돼 판지시르 계곡과 바그람 공군기지 등에서 반탈레반 저항세력인 '아프간 민족저항전선(NRF)'과 교전 중이다.
내무부 장관에 지명된 하카니는 탈레반 내 강경분파로서 미국 정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하카니 네트워크' 설립자의 아들이다.
이와 관련해 BBC는 이번 과도정부 구성 논의에서 탈레반 내 강경파가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들 강경세력은 '외국 세력이 내각 구성에 관여하게 둘 수 없다'는 주장을 관철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인도의 NDTV 역시 "그간 탈레반 내부에선 바라다르와 추종자 세력, 하카니 네트워크, 칸다하르 정파, 동부지역 반독립 조직 등이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여왔고 이번 인선은 최종 타협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탈레반 측은 이전 정부 인사와 소수민족, 여성 등 아프간 국민 전부를 포용하는 '포괄적 정부'가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지만, 실제 정부 구성안의 내각 전원은 탈레반 소속 남성으로 구성됐으며, 33명의 장관 중 30명이 탈레반 주류 민족인 파슈툰족 출신으로 편중했다. 아프간은 파슈툰족과 몽공계 소수민족인 하자라족, 타지크족 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다.
이와 함께, 내각 구성원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테러리스트로 수배 명단에 올랐거나, 2001년 9·11 테러 연관성으로 체포돼 미국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전력이 있는 인사도 다수 포함됐다.
무자히드 대변인의 발표 직후 "새 아프간 정부는 샤리아(이슬람교 율법)를 따라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선언한 아쿤자다 최고지도자의 성명 역시 우려를 부추겼다.
블링컨 "탈레반, 국제 고립에서 벗어날 만한 신호 보이지 않아"
탈레반 측은 이번 내각을 과도내각이라고 밝혔으나 향후 아프간 내부에서 선거가 진행될지는 미지수이기에,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아프간 새 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프간의 국가 예산의 75~80%가 미국과 국제사회의 원조금으로 충당하는 만큼, 향후 탈레반 정부는 '정상국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금융위기와 경제난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 국무부는 지난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내각 명단에 오로지 탈레반이나 제휴 조직원들만 이름을 올렸고 여성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면서 "내각 인사 몇몇의 소속과 행적도 우려스럽다"고 밝히며 내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음 날인 8일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탈레반의 내각 구성안을 비판했다. 독일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인 블링컨 장관은 이날 20여개국 외무장관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아프간 사태 대응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탈레반은 국제적으로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지원을 얻으려 하지만, 이는 행동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이라며 "과도정부 구성을 봤을 때 (탈레반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만한 필수적인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역시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행정부의 누구도, 대통령도, 국가안보팀의 누구도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귀중하고 훌륭한 일원이라고 하지 않는다. (탈레반은) 그런 평가를 얻지 못했고 우리는 그렇게 절대 평가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미국 행정부가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앞서,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국제연합(UN·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국제 공약을 준수하고 인권 기준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탈레반 정부를 결코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