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에코플라스틱은 2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모집가액은 주당 2830원이다. 청약기일은 11월 8~9일이다.
올해 에코플라스틱은 2배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올 초 197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에코플라스틱은 지난 8일 5440원까지 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의 원인은 '정치 테마주' 여파로 보인다. 에코플라스틱은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된다. 에코플라스틱의 사외이사인 원혜영 전 의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모임인 공명 포럼의 상임고문이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모멘텀만 놓고 보면, 주가 상승을 이해하기 어렵다. 에코플라스틱은 자동차 부품인 플라스틱류 범퍼·콘솔·메인 코어 등의 제조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데, 매출의 95% 이상을 현대차그룹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현대차 의존도가 높다.
수년째 이어진 부진한 실적은 에코플라스틱의 재무건전성에 경고음을 울렸다. 에코플라스틱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43.6%, 2020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475.3%였다. 박도휘 삼정KPMG 책임연구원은 "부채비율 400% 이상 기업은 고위험 기업으로 분류한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모회사의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다. 최대주주인 서진오토모티브는 최근 4년간 개별기준 영업손실을 낸 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에 놓였다. 중국 내 현대차 매출 저하, 완성차 해외 생산 확대, 코로나19 확산 등이 그 원인이다.
모회사가 힘들다 보니 에코플라스틱은 서진오토모티브에 신용공여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원칙적으로 상법상 금지사항이다. '경영상 목적 달성'이란 예외 사유를 활용 중이나 증권 신고서를 작성한 KB증권은 "분쟁 시 법률기관 측이 양 사가 해석하는 바와 다르게 경영상 목적을 해석할 여지 또한 존재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영상의 어려움 속에서도 상승한 주가를 활용해 에코플라스틱은 자금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조달한 자금은 대부분 시설 투자에 쓰인다. 용도가 확실하다. 최근 '묻지 마 투자' 분위기를 악용해 용도가 분명치 않을 것이란 우려는 벗어났다.
게다가 최대주주도 100% 참여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만 서진오토모티브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장래 매출채권 담보 대출(ABL)이란 카드를 꺼냈다. 유형자산은 담보로 거의 제공한 터라 장래매출채권까지 끌어와 쓴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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