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대출조이기 '충격요법' 안 통하는 주담대 시장...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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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1-09-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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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돈줄을 옥죄고 나섰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폭증한 가계대출이 집값을 밀어 올리고, 오른 집값이 다시 대출 규모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988조8000억원) 대비 5.8%(57조500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가계대출 증가율(6.7%)은 둔화했으나 증가폭(59조9000억원)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담대는 5.9%(42조3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5.7%(15조2000억원) 각각 늘었다. 이 중에서도 주담대 증가폭은 전년 동기와 같고 2019년 같은 기간(26조7000억원)보다는 62%(15조6000억원) 많다. 신용대출이 15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1%(2조5000억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신용대출 전년보다 감소했는데…멈출 줄 모르는 주담대
가계대출 상승을 견인하는 주담대 중에서도 전세대출 증가폭은 유독 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8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119조9670억원으로 지난해 말 105조2127억원보다 14% 증가하며 전체 상승폭을 훌쩍 넘어섰다. 

한은 역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주택 및 전세가격 상승을 꼽았다. 주택가격의 높은 오름세가 가계부채 증가폭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은 전년 대비 5.07% 올랐고 수도권만 따지면 18.51%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를 기준으로도 전국은 20.9%, 수도권은 24.1%나 뛰었다.

액수로 따지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2322억원으로 전년 동기(4억193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3억2355만원으로 전년 동기(2억5939만원) 대비 6000만원 이상 불어났다. 주담대가 늘어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지난 6월 기준 서울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은 18.5로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3분위 소득 가구가 같은 3분위 가격의 주택을 사려면 18년 6개월 동안 월급 전부를 저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PIR 상승은 자산 가격이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가격 오름세···가계부채 증가폭 부추긴다
한은은 앞으로도 대출 수요가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가계의 수익 추구 성향이 높아진 데다, 주택·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여전히 높은 가계가 많은 만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통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조정대상지역 및 비규제지역의 9억원 이하 주택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지속되고 전세자금 대출도 수급 우려 등으로 대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6일 기준) 수도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 111.7에서 이번주 112.1로 0.4포인트 오르며 2주 연속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고, 200에 가까워질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매수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도권에선 서울이 매매수급지수가 106.5에서 107.2로 올랐다. 5개 권역 중 동남권이 104.2에서 104.1로 소폭 내려간 것을 제외하면 전 권역이 전주 대비 올랐다. 특히 마곡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강서구가 속한 서남권은 105.7에서 107.3으로 1.6포인트 올랐다. 5개 권역 중 가장 큰 오름폭이다.

한은은 "현 주택 가격은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소득 등 기초 구매력과도 상당 폭 괴리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채의 큰 폭 증가를 수반한 자산 가격의 빠른 상승 등 금융불균형 누적은 적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금융시장 불안 및 소비 등 실물경제 위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완화적 금융여건하의 금융불균형 누적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금리↑, 주택가격↓"···기준금리 추가 인상 속도 붙나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 노력에도 당분간 가계의 대출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기간이 더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이라는 표현을 수차례에 걸쳐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상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정책금리가 인상 사이클로 들어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경제 상황 전반을 점검하며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같은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주택가격 상승률이 0.25%포인트 둔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주체들의 차입비용 증대 등을 통해 성장세 및 물가오름세를 약화시키는 반면, 금융불균형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GDP 성장률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차 연도에 각각 0.1%포인트 및 0.04%포인트 약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박 부총재보는 "최근과 같은 경기 회복 국면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실물경제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소비 및 투자를 증대시켜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물경제 긴축 영향이 일정 부분 상쇄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재정의 확장적 운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 증대를 일부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탓에 대내외 충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있어 금리 조정의 영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주요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갭이 플러스(+)인 상황에서는 정책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및 주택가격 영향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보다 2배 정도 큰 것으로 추정됐다.

박 부총재보는 "다만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에 대한 추가 상승 기대가 상존하는 상황에서는 금리 상승의 주택가격 둔화 영향이 약화될 수 있다"며 "높은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이자상환 부담 증대 등을 통해 소비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조정 시기 등은 향후 성장이나 물가상황, 금융불균형과 같은 경제 상황의 변화에 달렸다"면서 "(금리 인상의) 주요 전제가 경기의 양호한 회복세 지속이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당초 예상과 다르게 (바이러스 확산 여파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고 회복 전망을 벗어나는 경우가 생긴다면 금리 추가 인상에 있어 어려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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