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주식시장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올해 초 주가 급등 이후 박스권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 속에 공모주 투자가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청약증거금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박스권 등락이 이어지는 환경 속에서 공모주 청약을 통한 투자 수익률이 양호한 데다 '대어급' 종목 상장도 예정돼 있어 연말까지 IPO 흥행 및 투자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새내기주 공모주 청약 인기 폭발…청약증거금 기록 갈아치워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어급'으로 꼽힌 기업들의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청약증거금 순위가 뒤바뀌었다.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종목 중 청약증거금 10위 내에 이름을 올린 종목 수는 총 6개다.
종목별로는 지난 4월 말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실시해 5월 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1위를 기록했다. SKIET 공모주 청약 당시 증거금 규모는 80조9017억원을 기록했다.
SKIET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청약증거금 기록을 보유한 종목도 올해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가 차지했다. 지난 3월 9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에는 63조6198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렸다.
SKIET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81조원, 64조원 규모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모으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 청약증거금 기록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카카오게임즈(증거금 58조5543억원)를 3위로 밀어냈다.
이 밖에 고평가 논란에도 58조3020억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현대중공업(56조562억원), 일진하이솔루스(36조6830억원), 에스디바이오센서(31조9120억원) 등 올해 상장한 종목들이 역대 청약증거금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청약증거금 상위권은 당시 상장했던 종목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1위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를 비롯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가 58조4237억원, SK바이오팜이 30조9889억원으로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에 상장한 명신산업과 교촌에프앤비 청약증거금이 각각 14조365억원, 9조4047억원으로 10위권 내에 올랐지만 제일모직(30조649억원), 삼성생명(19조8444억원), 삼성SDS(15조5520억원) 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로써 2014년 상장한 제일모직을 제외하고 지난해와 올해 상장한 종목들이 청약증거금 상위 10위 내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역대 상위 10위 종목들의 청약증거금 평균도 지난해 25조8643억원에서 올해 50조5507억원으로 약 2배 수준인 95.45% 급증했다.
◇공모주 투자 열풍이 바꾼 풍경…청약 수수료 신설에 시간 연장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모주 투자 열풍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청약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했다.우선 상당수 증권사가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고 무료로 공모주 청약이 가능했던 증권사가 대부분이었으나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청약 수수료 유료화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공모주 청약 시기마다 접속자가 대거 몰려 전산 장애가 발생하는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한 인프라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증권이 지난 6월 말 공모주 온라인 청약 시 건당 2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대신증권 등도 1500~2000원으로 청약 수수료 유료화를 실시했다.
보다 많은 투자자가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모주 청약 시간을 확대하는 증권사도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국내 최대형 IB(투자은행) 중 최초로 온라인 공모주 청약 시간을 오후 10시로 확대했다. 기존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었으나 6시간이 연장된 셈이다.
다만 청약 시간 연장은 청약 첫날에만 적용되며 삼성증권이 단독 주관사로 참여하는 공모주에서만 가능하다. 삼성증권은 공동주관 또는 인수단 등으로 참여하는 경우 추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증권사들의 IPO 인수 및 주선 수수료도 늘었다. 증권사들은 기업들의 IPO를 주관하면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비롯해 인수·IPO 수수료 등을 받는다. 희망 공모가가 상단으로 결정될 경우에는 추가 성과 수수료 등도 받는다. 이 중 증권사들이 기업들의 IPO를 추진하면서 얻은 인수대가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892억원(스팩·이전상장·코넥스 제외)으로 지난해보다 55.72% 늘어났다.
◇ '따상' 줄었지만 공모주 투자 수익률 '쏠쏠'…IPO 흥행 지속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주 투자 열기를 불러일으킨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이후 상한가)'에 대한 성공률이 낮아졌지만 IPO 흥행과 투자 공모주 투자 열기가 연말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연초 국내 증시 급등 이후 제한적인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공모주 청약을 통한 투자 수익률이 비교적 높다는 점도 투자 열기 지속 전망을 뒷받침한다. 실제 역대 가장 많은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았던 SKIET의 확정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지난 9일 기준 100%다. SKIET의 확정 공모가는 10만5000원으로 지난 9일 21만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카카오뱅크의 수익률 역시 각각 358.46%, 84.62%를 기록했다.
다만 모든 종목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지는 못하고 있다. 올해 상장 종목 중 공모금액이 가장 많았던 크래프톤의 확정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4.62%를 기록 중이다. 크래프톤의 확정 공모가는 49만8000원이지만 지난 9일 종가는 47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확정 공모가가 5만9000원이었던 롯데렌탈 역시 지난 9일 4만4300원으로 마감해 –24.92%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도 대어급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연말까지 IPO 시장이 호황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고 점차 공모금액 및 시가총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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