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한령 해제 언급 삼간 왕이, 한미에 경고장...北도 때맞춰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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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기자
입력 2021-09-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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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왕이, 文대통령 접견...공자 '삽십이립' 견제구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15일 오전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사진 = 유대길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지만 당면 과제인 '2차 한한령(限韓令·한류제한령)' 해제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방한에 대한 확답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왕 부장은 문 대통령에게 '삼십이립(三十而立)', 즉 '나이 서른에 비로소 어떠한 일에도 움직이지 않는 신념이 서게 됐다'는 공자의 어록을 제시해 우리 정부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의미의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4면>

◆왕이 선물 보따리 대신 文 면전서 압박
 
이날 오전 11시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왕 부장을 접견하고 "내년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전략적 협력 관계가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왕 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하고 양국 간 전략적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은 내년 베이징올림픽 성공 개최와 한·중 국교 수립 30주년을 앞두고 양국 간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다만 최근 중국의 강도 높은 대미 견제 정책과 미·중 정상 전화통화에서 거론된 중국의 국가 안보 등 핵심이익 등을 고려하면 아세안 국가를 포섭하기 위한 방한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17일 한국 연예인과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담은 '공동부유 정책'을 발표했고, 이달 들어선 '청랑(淸朗·인터넷 정화운동)'의 일환으로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1개에 대해 무더기로 정지 조치를 내렸다.  

문 대통령도 이날 한한령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상대국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활발한 문화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강도 높은 규제가 예고되면서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기업들은 한한령이 어떤 위협으로 다가올지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다만 왕 부장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왕 부장은 한·중 교역액 3000억 달러 돌파, 인적교류 1000만명 달성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양국 협력을 위한 '한·중 간 핵심 관심 사항'을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의 관심사인 일대일로 사업,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논의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양국 간 이슈에 대한 언급 없이 중국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 받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習 방한 원론적 언급··· G2 전략적 모호성엔 경고

또한 왕 부장은 현 정부의 시급한 과제인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에 대해서도 양국 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해서 소통해 나가자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대미 견제와 관련해서는 분명한 어조로 강조했다. 왕 부장은 외교장관회담 뒤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주도의 군사정보동맹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한국 가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파이브 아이즈는) 완전히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며 거부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북한은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에서의 중국 역할을 당부한 직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미사일은 신형인 KN-23이나 KN-24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왕 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결과적으로 평화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문 대통령 발언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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