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일부 개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유로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해왔지만, 실상은 민간분양을 통한 공급만 저해하고 집값 억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불안이 앞선다. 오를 대로 오른 시세를 반영해 분양가 규제를 완화하면 분양가 상승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HUG 고분양가 관리제도 개선…분상제 심의 기준 구체화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 기준과 분양가상한제를 일부 개선하는 내용의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자체별로 다른 분양가상한제의 분양가 심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통합 심의제도를 활용해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이에 국토부는 시세 반영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비교 사업장 선정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인근 지역 모든 사업장 평균 시세를 반영해오던 것을 단지 규모와 브랜드 등을 감안해 유사 사업장만 선별 적용하기로 했다. 심사 결과가 현저히 낮게 나온 경우에는 지역 분양가 수준을 고려해 조정한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내 분양단지의 가격 예측 가능성도 높이기로 했다. 분양가 심의 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세부 분양가 항목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과도한 재량권 남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HUG가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14일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3.42% 인상해 15일부터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공동주택에 적용하기로 했다. 공급면적(3.3㎡)당 건축비 상한액은 664만9000원에서 687만9000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는 지난 2008년 7월(4.4%)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이다.
민간 공급 확대 기대감…"3만~4만 가구 조기 공급될 것"
국토부는 이번 분양가 규제 완화로 사업시행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민간 공급 확대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본형 건축비가 인상된 데 이어 분양가상한제 규제 완화까지 진행될 경우 사업성이 개선되는 만큼 정비사업 조합은 물론 건설 시공사 등이 주택 공급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이번 개선 사항은 지자체별로 일관성 있게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서 업계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고분양가 관리제도도 입지나 브랜드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양가를 산출하도록 보완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양가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확정해서 말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주택협회는 "HUG 고분양가 관리제도 개선 등으로 그동안 분양가 심사 갈등으로 분양이 지체됐던 3만~4만 가구의 대기 물량이 조기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속해서 누적한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는 '냉담'…결국 현금부자만 웃는다?
그러나 실수요자 반응은 다르다. 그동안 이들 제도는 아파트 가격 통제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돼 온 만큼 분양가 규제 완화로 주택 공급 자체는 확대될 수 있어도 분양가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실제로 HUG의 분양가 규제가 완화될 때마다 분양가는 상승했다.
지난 2월 HUG가 고분양가 심사 시 시세 상한선을 주변 시세의 70~80%에서 최대 90%까지 올렸다. 그러자 다음 달인 3월 대구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만촌역'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454만원으로 곧바로 '역대 최고 수준'을 갈아치웠다. HUG의 규제 완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 시기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집값이 급등하기 전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의 시장 상황에선 분양가가 오르면 실수요자 피해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대출 규제가 묶인 상태에서 분양가만 상승하면 청약시장은 더욱 '현금부자만을 위한 리그'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금이 부족한 서민 무주택자는 청약에 도전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들어 서울은 분상제 이슈, 코로나19 4차 대유행 영향으로 지자체 분양가 심사가 지연되며 1~8월 4815가구만 공급되는 등 연내 공급예정량의 9.6% 공급에 그치는 상황이었다. 향후 공급가뭄이 다소나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도 "분양가는 지금보다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업계에는 고분양가 관리제도 개선, 분양가상한제 심의기준 마련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청약수요자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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