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이번 세무조사에서 승계 절차를 마쳤거나 진행 중인 자녀 계열사 간 자금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슬하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자녀 경영권 승계는 현재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허 회장은 지주사인 일진홀딩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비롯, 그룹 내 알짜 회사와 그 계열사들을 자녀들에게 대부분 승계시켰다.
허 회장은 크게 장남 허정석 부회장에게 일진홀딩스, 차남 허재명씨에게 일진머티리얼즈를 물려줬다. 장녀인 허세경씨와 남편 김하철씨는 일진반도체와 루미리치를 승계했다. 차녀 허승은씨와 남편 김윤동씨는 일진자동차를 받았다.
일진홀딩스는 허 부회장이, 일진반도체는 세경씨가 최대주주다. 일진에스앤티와 일진라이프사이언스의 모회사인 일진지엘에스의 대표 역시 세경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일진그룹 지주사 일진홀딩스, 허정석 부회장에 넘어간 과정은?
이 중 단연 주목되는 곳은 일진홀딩스다. 일진홀딩스는 그룹 내 알짜 회사인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앤코,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는 지주사이기 때문이다.
올 6월 말 현재 일진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허 부회장으로 29.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허 부회장이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일진파트너스 지분 24.64%를 감안하면 53.76%를 보유, 과반의 지배력을 갖고 있다.
허 부회장은 2006년부터 일진파트너스와 일진홀딩스의 본인 지분을 꾸준히 확대했다. 동시에 2007년 본인 지분 100% 회사가 된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의 지분을 늘리며 지배력을 확대해 갔다.
이 때문에 일진파트너스는 허 부회장 승계 과정의 주요 창구로 주목 받았다. 일진파트너스는 1996년 일진캐피탈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된 후 1999년 일진기술금융으로 사명을 교체했다. 2006년에는 일진캐피탈로 또다시 사명을 변경했다.
일진파트너스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허 부회장이 일진파트너스(구 일진캐피탈)의 최대주주에 오른 시기도 2006년이다. 2005년 말까지는 일진전기공업이 61.8%로 최대주주였다. 일진다이아몬드와 허진규 회장은 각각 30.9%, 7.3%의 지분을 보유했다.
허 회장은 2006년 일진전기공업과 본인의 잔여 지분을 허 부회장에게 모두 넘겼고 허 부회장은 69.1%의 일진파트너스 지분을 보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듬해인 2007년 허 부회장은 일진다이아몬드가 보유했던 잔여 지분도 모두 취득하며 일진파트너스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된다.
이 시점부터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의 지분 규모 역시 확대해 나갔다. 일진파트너스는 2007년 5.09%의 지분을 취득한 후 이듬해인 2008년 감자를 통해 9.3%로 지분을 늘렸다. 2013년에는 허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일진홀딩스 지분 15.3%를 전량 매수에 나서며 지분을 24.6%로 확대했다. 이로써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의 지분을 포함해 일진홀딩스의 지배력을 과반 확보, 승계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일진반도체 등 허세경씨 관련사 3곳 세무조사 포함 '주목'
일진홀딩스와 함께 특별세무조사 대상이 된 일진반도체, 일진에스앤티, 일진라이프사이언스도 주목된다. 이들 회사는 모두 허세경씨와 관련된 회사로 조사 착수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일진반도체는 2019년말 현재 세경씨와 남편 김하철 루미리치 대표가 각각 34.2%, 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세경씨 부부는 일진반도체의 자기주식 비율을 지배력 확보에 적극 활용했다. 일진반도체는 2012년과 2013년 각각 100만주, 200만주 등 총 300만주의 자기주식을 취득해 자기주식 비중을 48.9%까지 늘렸다. 이에 따라 세경씨 부부는 합쳐 50% 아래의 지분으로도 일진반도체에 대한 공고한 지배력을 갖게 됐다.
또 다른 세무조사 대상인 일진에스앤티와 일진라이프사이언스도 세경씨 관련 회사다. 일진지엘에스는 일진에스앤티, 일진에스앤티는 일진라이프사이언스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허세경씨는 일진지엘에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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