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규제 강화 움직임에 폭락한 카카오와 네이버를 동학개미가 쓸어 담고 있다. 기관 등은 매도에 나섰지만 개인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현재 카카오의 주가는 지난 17일 장 마감 기준 11만9500원이다. 지난달 말 15만5000원에 비해 22.9% 떨어진 수치다. 네이버도 이 기간 43만9000원에서 40만3000원까지 8.2%가량 떨어졌다.
두 종목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당국의 규제강화 움직임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지난 7일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위반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여당도 맞장구를 쳤다. 여당은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엄정 대응하겠다며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으로 수집한 대규모 이용자 데이터를 공적기관이나 다른 민간 기업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거나 정보통신기술(ICT) 기금을 플랫폼 기업이 분담하도록 하는 등의 규제 강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조치는 지난해 말부터 강조해온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의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는 금융플랫폼(빅테크) 업체에 유리하게 적용되었던 규제차익의 축소를 의미하는데, 빅테크·핀테크 업체의 입장에서는 규제이슈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발표 이후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시가총액은 발표 이후 약 14조원 가량 줄었고 네이버도 7조원 넘게 감소했다.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자 투자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카카오와 네이버의 매수에 나서면서 저가매수를 노렸으며, 기관 등은 반대로 매도에 나서면서 리스크 회피를 선택하는 모양새다.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은 주식은 카카오다. 개인은 이달 들어서만 카카오 주식을 총 1097만주를 사들였다. 평균매수가는 13만559원이며 순매수액 규모는 1조4410억원에 달한다.
네이버에 대한 개인의 매수도 집중됐다. 이달 들어 개인은 네이버 주식을 총 131만9100주를 사들였다. 평균매수가는 41만1237원이며 순 매수액 규모는 5229억9800만원이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두 종목에 대한 매도에 집중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카카오 주식을 총 1조388억 어치 팔았다. 기관도 4163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네이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네이버 주식을 총 2084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기관도 3275억원 어치를 팔았다. 결과적으로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실현을 도와준 셈이다.
한편 증권가는 개인투자자들의 빚투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이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올해 연초 기준 19조3523억원에서 지난 16일 기준으로 25조4562억원까지 늘어났다.
개인의 빚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최근 매수세가 집중된 카카오와 네이버에도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의 수가 상당하리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신용거래융자 신규 거래를 정지했다"며 "빚투가 늘어나는 만큼 반대매매 규모도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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